작은 딸 아이와 아픈 지렁이

모든 생을 축복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by 송앤


너무 귀엽고 이쁜 우리 딸 루하.
나는 루하를 볼 때마다 눈에 꼭꼭 담아두듯이 본다.
구석구석 이쁜 구석을 발견하면서.

비가 오는 날이 좋다는 루하는 오늘도 비가 오니

기분이 들떴다.
비가 내려도 비를 맞고 싶어서 우산을 쓰지 않는다.
그냥 액세서리처럼 우산을 팔에 걸고 다닌다.


어린이집에 갈 때는 그냥 가지 않는다.
엄마랑 콩트를 하면서 가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동물 흉내를 하면서 간다.

오늘은 장화를 신지 않았다.
메롱하고 있는 얼룩말 신발을 신고 갔다.
얼룩말 신발은 루하가 신으면 진짜 얼룩말이 된다.

다그닥 다그닥!
얼룩말이 엄마를 쫓아 달리기 시작한다.
물을 싫어하는 얼룩말은 물웅덩이를 피해야 한다.
오늘은 물웅덩이를 피하는 미션까지 더해졌다.
얼룩말이 물웅덩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점프점프하면서 간다.



건널목을 건너다가 큰 지렁이를 발견했다.
지렁이는 아파 보였다.
사람 발에 밟혔는지 옆구리가 터져있다.
땅 속에 있는 지렁이는 비가 오면 숨을 쉬기 위해
땅 위로 올라온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살기 위해 땅 위로 올라와서 힘겹게 기어 왔는데
오히려 생이 위험해졌다.
딱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루하랑 지렁이 얘기를 하면서 한참이나 쭈그리고 앉아
지렁이를 보았다.

지렁이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주변에 지렁이를 들만한 막대기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도 한번 땅 위로 올라온 지렁이를 풀밭에 놓아주기 위해 소리를 악악 지르면서 지렁이를 옮겨준 적이 있다.
불쌍하기는 해도 지렁이의 꿈틀거림과 이상한 느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온몸이 밍길밍길한 기분. (>< 악...!)
루하 앞에서 엄마가 멋지게 지렁이를 구해주고 싶었는데,
막대기는 안 보이고, 건들 자신이 없었다.
지렁이에게 인사하자고 하고,

조금 찝찝한 기분으로 되돌아 갔다.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하다는 마음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또한 그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놀라움과 감동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낀다.

살기 힘들고 팍팍한 세상 속에서 자기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연민과 애틋함에서 오는 마음인 것 같다.


어제 용인시에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나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봤다. 내용 중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임신 4주차인 아내를 두고, 아프신 부모님을 두고 화재로 사망한 40대 남성의 사연이었다. 변변치 않은 노동 환경의 조건에서 새벽까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정확한 정황은 잘 모르지만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많은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 분노와 아픔이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죽음의 소식들이 들려온다. 산다는 것은 신비한 축복이라는 가사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네 삶이 너무나 힘들고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하고 아무 사고 없이 소소한 기쁨까지 더해진
그런 무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매일 매시간 나 잘 살고 있나 반문하는,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잘 해내 보자는 다짐을 하며
오늘의 소중한 시간들을 쓴다.




모든 생과 삶과 시간들을

축복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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