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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Aug 25. 2020

나의 그림 이야기

나는 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을까?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림책을 한번 보고, 두 번 볼수록 그림과 이야기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 의미들을 통해서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정말로 좋아하고, 그림책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림책이 주는 좋은 점들을 알게 되었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만들어주고 싶다.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위로받을 수 있는 그림책.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그림책. 일상에서,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것을 재발견하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림책. 엉뚱하고 발랄한 이야기, 아이들 마음에 따뜻한 감동과 행복을 전해주는 이야기, 마음이 강해지고, 용기가 솟아나는 이야기 등.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만약 그림책 작가 되어서 그림책을 만든다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나누는 마음, 함께하는 마음. 우리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른들도 좋아한다. 사랑이 느껴지는 그림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성해져서 사랑을 주고, 받고, 나누고, 함께하며 자라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대학생 시절 교회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찬양과 율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5년 정도 했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나에게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그때에도 아동복지만을 고집했다. 아이들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결혼 후에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복지사로 일하면서 동네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냈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는 사회복지를 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서 했지만, 다른 여러 이유로 사회복지의 일은 마음에서 정리를 하였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림책 교육지도사 과정의 수업이었다.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수업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수업을 신청했다.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태교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림책을 접했다. 물론 어렸을 적 읽었던 그림책도 있었지만, 그림책을 제대로 접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그림책 전문가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어떤 그림책이 좋은 것인지, 어떤 종류의 그림책이 있는지 배웠다. 그림책을 접하고 배울수록 그림책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직접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배웠다.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나도 우리 아이에게 그림책으로 육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면서,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랬지.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 어릴 적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곧잘 한다는 소리도 왕왕 들었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서 그 작은 마음을 밝힐 수도, 표현할 수도 없었다.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는 마룻바닥에 엎드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다. 수업시간에 몰래 교과서 귀퉁이에 끄적끄적 낙서를 하며,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그림을 보여주며 은근히 기뻐하는 한 학생이 있다. 남몰래 그림 연습장을 10권이나 차곡차곡 쌓으며 행복해하는, 길을 가다가 미술학원 간판을 보고 멍하니 서있었던 한 학생이 있다. 그랬던 나였지만, 부모님에게, 친구들에게 조차 자신 있게 나의 바람을 말하지 못했다. 가정환경,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그저 아무것도 아닌 거처럼 스스로 숨겨왔다. 그렇게 나는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간에 이끌려 대학에 갔고, 미술 학원을 다녀보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작은 꿈을 그대로 가슴에 묻어버렸다. 잊어갔다.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생겼을 때였을까? 결혼 후 처음 살게 된 진도라는 지역은 미술학원 조차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나의 첫 아이가 혼자서 앉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이를 안고 진도 읍내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세련되고 알록달록한 가게가 있었다. 미술 학원이었다. 진도에 미술학원이 생기다니.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그 가게 앞을 기웃기웃거렸다. 통유리로 된 문 앞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소품들이 진열되어있었다. 한참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키 크고 젊은 미술학원 선생님이 나오셨다.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머뭇머뭇하다가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을 해버렸다. 미술학원 간판만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학원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학원 비였다. 항상 돈이 일 순위 고민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자기를 닮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다 큰 어른이 되었다. 돈, 그것보다 오랜 세월 묻어온 나의 작은 꿈을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해. 다 큰 아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계속돼 내이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그 꿈은 실현이 되었다.  

   


미술학원 등록 후 처음으로 산 미술용품




미술학원에 등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고, 또 잘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주는 기점이 되었다. 정말 그림을 배우는 동안 행복했고, 선생님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이 힘이 되었다. 세상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물론 나보다 월등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를 한다면 나는 내세울만한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비교의식으로 인해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주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꼭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돈을 잘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런 공식이 늘 따라다녔다. 그런 공식에서 벗어나서 그냥 내가 느끼는, 좋아하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냥 그런 조건 없이 내가 좋아한다면 그냥 하고, 또 잘하고 싶다면 꾸준히 하자고 늘 다짐을 하곤 한다.


 미술학원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6개월만 다녔지만, 그 이후에도 혼자서 그림을 그리면서 내 안에 있던 창작 욕구를 조금씩 발산했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나 자신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조금씩 꾸준히 끄적끄적거렸다. 하고 싶을 때, 지금 그림을 그리자 라는 의미로 ‘지금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개인 SNS에 그림을 그리고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지인들에게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한다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명분도 필요했다. 둘째 임신을 하고 태교로 집안 풍경, 집 밖 풍경을 그렸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 아이의 잠투정에 밤잠을 자지 못하던 날들도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대세였을 때라서 나도 도전을 해보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타이틀이 나에게 늘 도전이 되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들기 위해서 처음으로 포토샵을 했다. 남편과 가족들의 응원과 지원으로 태블릿도 사고, 큰 모니터도 샀다. 조금씩 그림 그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의 일상을 채워나갔다.  

    


엄마가 나 그렸네




진도에서 살던 집 마당에서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4년째가 되어간다. 

그동안 작은 그림책도 출간하였고, 전주시에서 열린 행사에 그림 전시도 해보았다. 사람들에게 캐리커쳐를 그려서 판매하여 용돈벌이도 하고 있다. 지금은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에 도전 중이다. 혼자 갈피를 못 잡고 이것저것 헤매면서 하고 있다. 여러 작가님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있다. 남들과 비교를 하면 아직 그렇다 할 경험과 결과는 없지만, 그냥 나의 속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하고 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해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 늘 고민을 한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기준도 나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가고 싶다.  

어쩌면 나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참.. 안타가운 현실이다. 세상은, 현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도, 하는 것도 어렵다. 나의 꿈이 현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돈벌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난 그런 이유로 하고 싶은 마음을 지금껏 눌러왔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보려고 한다. 

하다가 하다가 안되면 그때에 마음을 돌리더라도,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보려 한다. 그리고 나처럼 숨겨있던 꿈을 찾고 싶은 사람들, 찾았는데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고 용기가 되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도 나는 성공한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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