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을 한다는 것...

잠시 엄마 모드 OFF_

by 송앤

어젯밤은 너무 피곤해서 아이를 재우면서 일찍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아침까지 꼬박 잠을 잤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다.

잠자기가 어려운 나에게는 그렇게 통잠을 자는 것이 드문 일이다.

야간의 자유시간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개운하게 잘 자고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오늘 같은 아침에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역시 아이들은 느지막이 유치원에 갔다.

등원 준비하는 것이 간단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1시간 더 여유 있는 등원 준비 시간은 참 여유 있었다.

일찍 일어났으니 일찍 등원시킬 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정신없이 엄마 노릇하고 무사히 아이들을 보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는 나는 엄마 모드 OFF.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을 한 뒤로는 웬만하면 나의 시간에 집안일로 시간을 채우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가고 난 흔적은 여지없이 어질러져있고,

집구석구석 청소할 곳이 많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치워도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집구석. 하지만 청소를 열심히 해도 다시 아이들이 오면 도루묵이 되고,

하나마나한 것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빨래나 설거지, 간단한 정리만 하고 그 후로는 집안일에 눈을 감는다.



텅 빈 집에 혼자 있으면 누구는 할 일이 많아서 외로울 틈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

그렇게 집안일을 뒤로하고 오롯이 나로 마주하게 되는 시간들은 사실 외롭다.

아이들을 생전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고 났을 때, 그 잠깐 시간이지만 늘 아이들과 있다가 혼자 남는 시간이 어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아닌 나 혼자였을 때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제야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랬지.

난 혼자일 때 외로움을 타고, 그것을 즐기기도 하면서, 그럴 때 진짜 내 모습을 마주 할 수 있었지.


요즘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보려고 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같고 그러면서도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스스로 관리자가 되기도 한다. 사회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마다 없던 스트레스도 생기고, 그래서 또 적응을 해야지, 너무 움츠려 들거나 겁먹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 거리기도 한다.


"엄마로 살기 시작하면서'일' 앞에서는 점점 더 무능해졌다."

누군가의 SNS에서 본 문장이다.


이 문장이 너무 와 닿았다.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일'이라는 것을 해보려고 잘 못하는 것 같은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난다.

겉으로는 그것이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잘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타이르고 있다.


사회경험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고, 출산과 육아를 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의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반문하게 된다. 잘 못하는 것에 두려움.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선 열심히 해야 하고, 또 잘 해내야 한다. 어느 누가 나에게 뭐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나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의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할 것만 같다.

마음은 사회 초년생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고, 열심히 해왔다는 증거이다.

예전에는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잘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있었다는 것을. 그것을 나도 경험하고 싶고, 그래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좋은 자극을 받아서 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할 때는 그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 잘하고 싶기도 하다.

나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나도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전에 우선 내 것을 잘 만들어가야겠다. 나만의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해내는 것.

엄마로만 살다가 이제는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살게 되었다. 그동안 조금씩의 변화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도 멀었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게,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나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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