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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Aug 12. 2021

정수기 아주머니와의 추억 여행 ▷



정수기 점검이 있는 날.

3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점검 담당자' 님이 이제는 친숙하다. 점검 선생님, 혹는 정수기 아주머니... 뭐라고 부르는게 좋을까...

무튼, 그 분을 기다리면서 재즈 피아노 연주곡을 틀고, 집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재즈, 클래식, 가요, 힙합, 연주곡 등등..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듣는 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취향은 있다. 그리고 그때의 기분이나 감성에 따라 장르와 음악을 선택해서 듣는다.



더위에 유독 약하시다는 '정수기 아주머니'(뭔가 친숙한 느낌이니까 이 단어를 선택하겠다)께서는 중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 오시자마자 얼굴이 환하게 펴지셨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쿨한 냉기와 잔잔하고 생기있는 재즈 음악에 몸과 마음이 순간 힐링이 되신다고 하셨다.



사실 정수기 아주머니 오신다고 해서 에어컨을 틀기는 했다. 점검하러 오실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시는 걸 몇번 봤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 좋으시다고 해주시는 건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오예~ 나의 선곡이 좋았군!




나는 청소를 하고, 정수기 아주머니는 정수기를 점검을 하셨다. 그러면서 몇몇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음악은 이상하게 힘이 있다면서, 음악을 들으면 안생기던 힘이 생기고, 마음이 달라진다고 하셨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그런데 여유있게 음악 감상 하시기가 요즘 힘드시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음악이 있는데 그 음악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그 연주곡은 제목은 기억이 나는데 안들은지 너무 오래되었다고 하시면서 추억을 되새김하셨다. 제목은 '강가의 노을' 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유튜브에 '강가의 노을'을 검색하고

곧바로 틀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사운드바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지금 나오는 음악이 '강가의 노을'이에요. 오랜만에 들으시는 거죠??"


"오호호호..! 어떻게 들을 수 있어요?? 정말 오랜만이다~!

이야.. ㅎㅎ 그런데 이 노래가 이렇게 구슬펐던가?!"


우리는 함께 음악을 감상했다. 나는 사실 트로트 느낌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멜로디가 금방 익숙해지고, 구슬프고 차분해졌다.

요즘은 유튜브로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검색해서 다음에 다시 들어보시라고 했다.









음악을 다 듣고, 정수기 아주머니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라디오를 많이 듣기도 했다고 하셨다. 새벽 감성에 젖어들 무렵에 라디오 dj의 목소리와 사연을 듣는 것이 참 좋았다고.

정수기 아주머니는 이종환이라는 dj를 좋아했고, 지금은 그 분은 하늘나라에 계시다고 하셨다.



다시한번 송앤의 '추억은 방울방울 이벤트' 가 시작된다.

나는 조용히 청소를 하는 척 하면서 뒤에서 유튜브에 이종환dj 라고 검색을 했다.

으역시! 유튜브에는 없는게 없구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1981년 9월 3일 방송분이 올라왔다.


재생▷


잡음과 함께 옛날 느낌 물씬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중년 아저씨의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어머나! 이 것도 들을 수 있어요??!!

나 오늘 일 못하겠네~! 호호호호~~"


"감상하시면서 천천히 하세요 ㅎㅎ"


유튜브의 기능에 새삼 놀라면서, 다음에 찾아서 들어보시라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우리집 벽에 걸려있는 내 그림으로 이어졌다.

정수기 아주머니께서도 그림을 취미로 배우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자녀들 다 키우고 이제는 주말에 마땅히 할 것이 없으시다고. 남편이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싶은 것을 찾아서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나는 그러면 주저하지말고 바로 시작 하시라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하셔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시간이 늘 여유있는 것이 아니시라고.



나는 내가 경험했던 온라인 클래스를 추천해드렸다.

시간이 될때 내가 배우고 싶은 강의와 재료 키트를 구입해서 작가가 설명해주는 영상을 보면서 직접 해볼 수 있다고.

온라인 클래스 홈페이지 링크와 어플 받는 법을 문자로 보내드렸다.



그리고 이번에 하는 전시도 소개했다.

팔복오길 전시를 소개했다. 역시나 정수기 아주머니는 관심도가 높으셨다. 친구가 팔복동에 친정이 있어서 그 쪽을 지나간 적이 많으셨다고. 전시에 오시겠다고 하셔서, 문자로 포스터를 보내드렸다.



에보미디어레지더시 입주작가 전시, 가운데가 송앤입니다.




정수기 아주머니와 음악과 라디오와 그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함께 감상하니.. 친구가 놀러 왔다간 기분이다.

그리고 묘하기 기부니가 좋았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또 그것이 긍정적일때

마음이 힐링이 되는 거 같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누리는 것을 잘 모르고 계실 때가 많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분들도 어릴적 좋아했던 것들이 있고, 또 새롭게 배우고 시작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다.

요즘은 그런 것들을 쉽게 찾아내고, 경험할 수가 있다.

이런 정보들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나눈다면,

우리 부모님들도 이전보다는 삶이 좀더 풍성해질수 있을까?



매일 일만 하시고, 자신보다 가족들을 더 우선하는 당신들의 삶의 태도들은 너무나 멋지고 존경할만한 부분들이지만,

이제는 당신들을 위한 것들로 하나씩 남은 삶을 채워나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수기 점검 서비스가 이번 달로 마지막이었는데, 다시 연장을 했다. 3개월 후, 앞으로도 계속 뵐수 있게 되었다.


아, 그 전에 한달 후에 팔복 오길 전시장에서도

꼭 뵐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 송앤의 추억은 방울방울 이벤트는 조기 마감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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