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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Aug 11. 2021

스펙타쿨한 나의 하루

날아올르다가 뿌지직.



  오늘은 공식적인 일정이 아침부터 잡혀있었고,

끝나면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귀가해서는 아이들 하원을 잘 돕고, 되도록 짜증과 화를 덜 낼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역시나 어제는 잠을 잘 못잤고, 힘들게 아침을 시작했다.

등원 미션 완료, 외출준비 완료.

늦지않게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갔다.

늘 차를 가지고가면 주차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다행히 주차 자리를 한번에 찾았다.



 오늘 일정은 중학생 아이들에게 그림수업을 진행하는 거에 대한 회의를 하는 거였다. 나는 아이패드로 미리 수업에 대한 간략한 내용과 참고자료을 정리해서 갔다.

아이들이 시나리오를 짜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영상작업을 하고 한편의 영상을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담당선생님도 그림작업은 처음하는 시도라고 하시면서, 나에게 어떤 식으로 수 업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많이 궁금해하셨다.


우려와 달리 회의는 잘 진행이 되었고, 나는 그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겁고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기분이 업이 되었는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얘기하다가 vj 특공대 성대모사를 했더니, 어색했던 회의 분위기가 웃음으로 바뀌었고, 예상에 없던 개그가 먹힌 것에 대해 상당히 뿌듯했다.

담당선생님은.. 나를 맘에 들어하신 것 같았다.

참, 그림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날 뭘 믿고 이렇게 맡기시는 걸까...  감사하기도 하고, 잘 해보고싶은 마음도 많이 생겼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작업실로 이동.

늘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운전을 했더니.. 역시나

길을 뺑뺑 돌면서 헤매다가 겨우겨우 주차를 했다. 하이고..




그림 작업을 늦게 시작해서..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간다.

2시간 정도 했더니.. 루신이 하원시간이 가까워져 간다.

맘이 급하고... 그림은 참말로 맘에 안든다... 하....

루신이 태권도 차량이 올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루신이 하원과 태권도 차량 탑승까지 무사히 완료.

루하도 하원을 시키는데... 아까 마무리가 덜된 그림이

자꾸 생각이 난다. 이런식으로 그리면 언제 다 하나... 싶어서

루하를 데리고 다시 차를 몰고 작업실로 갔다.


아... 이건 하루 계획에 없던 건데...

내 맘은 자꾸 그림에 ... 딱, 한시간만 하고 오자.


차로 10 여분 걸리는 곳이지만... 참 멀게 느껴진다.

루하에게 간식을 손에 쥐어주고 나는 다시 작업을 이어 나갔다.


한시간 초과.... 허! 루신이가 태권도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간다.

부랴부랴 루하와 함께 차를 타고 출발.

왠걸.... 차가 엄청 막힌다.

거북이처럼 한참을 기다여야 바퀴를 굴릴 수 있다.

'루신아... 제발 집에만 있어다오...'


마음은 조마조마하고, 정지된 차 안에서 피로가 밀려온다.

루하는 이미 몸을 베베 꼬더니 의자에 기대 눈을 감으려고 한다.

라디오 진행자들은 참 에너지도 넘치고 신나있다.


분주하게 운전을 해서 집 근처까지 왔다.

너무 피곤했는데, 라디오에서 가수 체리필터의 노래

'오리날다' 가 나온다.

전주부터 아주 신이 난다. 나는 피곤과 불안한 마음을 쫓아내려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목청껏 노래를  따라불렀다.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여~!!"


흥이 올라온다. 기분이 업이된다.

운전하면서 이렇게 흥분을 하면 사고나겠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노래를 멈추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하려고 했다.


  집 앞에 왔다.

후진 주차를 해서 주차 자리에 자동차 엉덩이를 안쪽으로 밀어넣어야 한다. 오늘은 다른 차들이 나가서 공간이 넉넉하다. 아싸.

핸들을 이쪽으로 돌리고 저쪽으로 돌리면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면서 각도를 찾아갔다. 라디오에서 '오리 날다'는 계속 흘러나왔다.


" 난 날아올라~~~!!!!"


투당탕뿌지지직!


" 악!!!!!!!!!!!!!!!!!!!"


데롱데롱~~~~~ 너덜너덜.....


'허억!!!!!! × 10000000'


우리 자동차 '반디'의 오른쪽 귀떼기가 완전 박살이 났다...

처참한... 상태로 오른쪽 미러의 껍데기는 떨어져 나가고,

안쪽 근육과 혈관이 다 보인다. 으아아아!!!!!

후진하다가 각도가 안맞아서 오른쪽 귀떼기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나는 몇주 전에 자동차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양쪽 갓길에 주차가 다다다다닥 되어있는 좁은 도로를

지나가다가, 주차되어 있는 오른쪽 차량을 찌이이익 ㅡ

긁었다.


무사히 보험으로 처리 했지만, 충격은.. 컸다.

오늘도 몇번이나 그 장소를 지나갔고, 오른쪽을 꼭 살피면서

조심조심 운전 했었는데........



하.... 충격.

운전 빈도가 높아지면서 사고가... 많아지고 있다.

피곤이 밀려온다.






애들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루하가 '안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댄다.


'돈 쓰지말고 그냥 내가 요리해야겠다.....'


밥은 먹어야지.

참... 고단한 하루구나.


안매운 떡볶이는 짜장 떡볶이로 정했다.

보글보글 까만 물결이 치는 짜장떡볶이를 보면서,

다사다난 했던 나의 하루를 돌아보았다.






나의 하루는

감사하기도 하고, 후회와 반성이 되는,

참 스펙타쿨한 하루였다.


아... 아직 하루가 끝나지도 않았구나.....


* 백미러 견적 얼마나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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