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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Jul 26. 2021

개그 7년차


한때는 나도 꿈이 많은 소녀였다.

그냥 어리니까 아무 꿈이나 막 꿔도 상관 없었다.

대신 어른들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운

그런 잡다한 꿈들이 손가락 10개가 다 필요할 만큼 많았다.



이제서야 밝힌다.

나는 개그맨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혼자 비밀리에 '개그맨이 된다면...' 하고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의 나를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 바로 접었다.




친구들을 웃기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농담에 웃어주는 친구들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정말 나랑 친한 친한친구가 웃어 주었을 뿐이었다.

많은 친구들을 웃기고싶었으나, 정작 앞으로 나서거나,

웃기는 스킬은 부족했다. 조금 흉내를 조금 잘 내었을 뿐.

대중 앞에 나가는 거를 은근 바라지만,

부끄러워 정작 쭈뼛쭈뼛대는..

모순 덩어리 같은 나였다.



/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부끄러운 꿈을...

이미 이뤘다.


7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도 한바탕 웃기고 왔다.


나의 팬은 오늘도 배꼽을 잡고, 바닥에 구르며 뒤집어졌다.

5년 전에는 팬이 하나 더 생겼고,

5년동안 역시 나의 찐팬이 되었다.


하... 나란 사람...




내 개그가 먹히지 않았던건, 사실...

유치하고 더럽기 때문이었다.

나의 두 팬은 그런 나의 개그를 좋아한다.

못생긴 얼굴표정과 동작, 재밌는 말장난을 하면

대 성공이다.



그런데...

나의 두 팬들에게 점점 나의 개그가 물들어 가고있다...

점점 못생긴 표정과 이상한 동작을 하고있다...


이미 팬 1호는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선보이고 있고,

팬 2호도... 그러고 있는 듯 하다.

선생님께는 부끄러워서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 엄마도 안먹혔단다...

친구들에게 안먹힐 수도 있어..


그냥 엄마라서 웃긴거야

너희들도... 크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꺼란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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