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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Dec 02. 2021

새벽풀이

잠 못 드는 시간에 푸는 내 마음



오늘도 어김없이 잠이 깼고, 무의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듯 잠잠하게 내 의식을 마비시키는 듯하다.



요즘 계속 꿈자리 사납다.

입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잠이 드는 과정도 고통스러운데, 겨우 잠이 들어도 여러 개로 연달아 꾸는 꿈에 자면서도 쉬질 못한다.


어찌나 꿈도 생생한지

돌고 돌아도 막다른 골목길, 나를 위협하는 호랑이가 등장하질 않나, 피를 흘리거나, 누군가 내 얼굴 전체를 어떤 물체로 막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끼는, 조금은 먼 어떤 인간관계들이 한데 모여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찝찝한 꿈들에 시달리며 잠을 자다가도

바로 옆에서 자다가 일어나 엄마를 부르거나, 나처럼 무서운 꿈을 꾸다 우는 루하를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안심시킨 후 다시 재워야 한다.


나는 어김없이 매일 이유 없이도 한밤 중 새벽에 깨곤 한다.

1시에서 3시 사이에 깨면 2시간 이상 자질 못한다.

지금도 그 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에는 나의 온갖 걱정과 두려움, 지난 일들이 겹겹이 수면 위로 올라와 둥둥 떠오른다.

나는 하나하나 들춰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뚝뚝 떨어지는 물 같은  묵은 감정들이 나를 휘어감 기도 한다.






왜 자질 못하냐고, 왜 생각이 많냐고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소릴 들었다. 물론 날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겠거니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능한 나를 욕하는 것처럼 들렸고 그런 의도로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비난과 조언으로 고쳐질 수 있는 거면, 그런 소릴 해주는 사람을 너무 고마워하겠다.


나는 원래가 잠을 잘 못 잤다. 20대에도 그랬다. 지금처럼은 아니겠지만은... 모든 상황들 이면을 깊이 고찰하는 버릇이 있었고, 알 수 없는 나의 심오한 감정들을 읽기를 선호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통해서 나는 원래가 선천적으로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전적으로 민감한 성향으로, 내 주변의 상황들을 깊이 통찰하고 알아내기를 좋아했다. 또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다.

거기에 집착 정도도 심해서 나의 그 집착으로 자유롭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의 세계는 불안정하고, 좋았다가 나빴다가 기복이 있다.

들쑥날쑥한 나의 세계를 파도타기 하듯 내가 중심을 잡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텐데...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자꾸 파도에 휩쓸리고, 넘어진다.

아직도 내가 나와 친하지 않은 걸까?

나의 육체와 정신을 잘 다뤄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일 텐데...


나 자신이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칭찬에 금방 어깨가 들썩거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내가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드는 건 사실이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는 하나... 내게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내가 있다.







그래도 감사한 건 붙들 수 있는 신앙이 있다. 내 삶이 100점짜리는 아닐지라도 그나마 나의 한줄기 빛은 예수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믿음이 출중하지 못해서일까... 예수님의 존재가 고맙고 감사하면서도 왜 나는 믿음의 멋진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걸까.. 나 자신은 여전히 힘든 걸까?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않아서일까..?

다시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본다.

나의 모든 상황과 환경을 이끄시면서도 강하게 통제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여전히 의심하면서도 잘 믿고 싶은.


이렇게 내 머릿속의 한정된 단어들로 마음들을 풀어내지만,

복잡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여 좋다.

못 자서 괴로운 시간을 이렇게 마음을 풀어내는 것으로 대신해본다.

고요하고 따뜻한 가족들의 숨소리들을 들으면서,

다시 잠을 청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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