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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려울까?

by 송작가

나는 음악대학교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교육대학원에 들어가 음악교육을 전공했다

그렇다, 나는 클래식을 전공했다 하지만 나는 자영업자다 나는 음악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기 전 대학생 시절부터 악기 레슨을 하기 시작했으니 학생들을 가르친 세월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많고 많은 학생들이 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저는 클래식을 잘 몰라요' , 애초에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만약 통기타를 배우러 간다고 하면

나는 선생님에게 '저는 가요에 대해 잘 몰라요'라고 얘기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어렸을 적 학교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음악 감상문을 쓰고 그것에 대한 점수를 받는다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른데

같은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에 점수를 매긴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 겨울에 대한 감상문이라고 하자

1악장은 겨울 초 2악장은 따뜻함, 보통 이렇게 쓰고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작곡가가 느낀 감정 아닐까?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난 이곡을 들었을 때 저런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그러면 마치 내가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클래식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또한 곡명에 붙어있는 작품 번호들은 몰라도 된다

알면 좋지만 모르면 어떠한가? 우리가 마치 가요의 곡을 얘기하듯 제목이 생각 안 날 때

"박진영 노래 중에 그 뭐지 엘리베이터 얘기였던 것 같은데 암튼 그 노래 좋더라"처럼

"비발디 곡 중에 그 뭐지 이현우 노래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암튼 난 그 곡이 좋더라"

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우리는 음악 해설가가 아니다


작곡가가 느낀 감정과 다른 걸 느껴도 된다 제목 또한 몰라도 된다

꼭 외울 필요가 있을까 그냥 가요처럼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놓고 생각날 때

틀을 수 있다면 그거면 된다, 그렇게 듣다가 보면 이제 본인이 좋아하는 작곡가도

생기고 좋아하는 연주자도 생길 것이다 그래서 더 관심이 있으면 그 작곡가에 대해

그 곡에 대해 더 알아봐도 되는 것이고 안 알아봐도 된다

그냥 그렇게 다들 클래식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냥 듣기 전부터 스스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 힘든 일이 많았던 날 머리가 복잡한 날

가사 있는 음악 말고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가사 없는 음악

잔잔한 스윙재즈도 좋겠다, 한번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나는 그런다 아무런 생각 하기 싫은 날 잔잔한 클래식을 튼다

그러면 조금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그게 어떤 곡이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던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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