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이번에 러브미 라는 드라마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 서현진과 유재명이 등장한다. 언제 봐도 이 둘의 연기는 가슴 깊은 곳을 후벼 판다 작품이 좋아서였을까? 물론 이 둘이 작품을 고르는 능력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배우가 좋은 점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의 묵직함, 드라마가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난법한 스토리들 덕분에 더 공감이 잘되고 특히 머리가 멍해저 버리고 위로가 되는 명대사들이 많다, 대사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이 배우가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고 마음에 깊이 남는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엔 특히 그런 명대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 중 몇 개만 꼽자면 부모님 결혼 35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날이었다, 준경과 어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왜냐면 예전에 비가 오는 날 준경은 어머니에게 퀵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돈 든다면서 차를 타고 준경이 있는 병원에 갔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기다리던 준경앞에서 어머니차가 사고가 나 어머니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렇게 준경은 본인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며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고 처음엔 재활치료도 하라고 자주 찾아가고 했지만 딸에게 미안한 엄마와 엄마에게 미안한 딸의 마음이 쌓이고 쌓여 미안한 마음은 미움이 되었고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된 사이 결혼 35주년 기념을 위해 집에서 가족들이 식사를 했다 하지만 식사 중 어머니와 준경은 또 말다툼을 하고 준경은 도망치듯 자리를 뜨자 아버지가 따라 나와 너 이번에 온 것도 6개월 만에 온 건데 앞으로 아버지 20년 더 산다고 하면 40번 더 올 거 같은데 어머니랑 화해를 좀 하고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준경은 “다음에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하지만 그날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되었고 결국 화해는 하지 못한 채 어머니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1화가 끝날 때 준경이의 마음이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그래도 다음이 있을 줄 알았다
커다란 꽃바구니도 선뜻 선물할 수 있는 다음이
공원 잔디밭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나눠먹을 다음이
사소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다음이
그런 평범한 다음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줄 알았다
.
.
엄마 잘 자 “
그렇다 우리에게 다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내일이 안 올 수도 있고 한 시간 뒤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다음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외할머니께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셨고 몸이 많이 안 좋으셨다
자주 찾아뵜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께서는 외할머니가 언제까지 살아 계실지 모르는데 자주 병문안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다음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빨리 오라고, 그렇게 전화를 받고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공황장애가 생겨 집 앞에도
못 나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게 결국 외할머니 병문안도 못 가고 심지어 장례식장도 못 갔다, 그렇다 다음은 없었고 당연한 게 아니었다
외할머니를 못 뵌 것도 너무 죄송했고 그렇게 공황장애가 내 평범한 일상을 모두 집어삼켰다
그다음부터는 난 좀 더 냉정하게 살게 되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중요한 만남은 절대 미루지 않고 자잘한 인연들에 감정소모와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질없고 확실하지도 않은 내일인데 그것들에게 시간과 감정을 쓰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모든 걸 집어던졌다 그게 내 주위 사람이든 물건이든지 말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난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딱 필요한 사람들만 남아 있었고 물건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쓰던걸 팔고 새로운 것을 샀다 나중에 못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잔소리를 하신다 넌 쓸 때 없는데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맞다 쓸 때 없는데 일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하고 싶다, 그리고 난 필요한 말만 하는 극 T가 되어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도 난 또 다음에 라는 말로 일을 미룰 때가 있다, 그래도 모두들 기억하자 다음은 당연한 게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야기는, 준경이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산책을 하고 편의점에서 아무 말 없이 맥주만 사서 오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생이 쓴 라디오 사연이다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새벽시간 늘 비슷한 시간에 늘 비슷한 차림으로 늘 똑같은 맥주를 사러 오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늘 말이 없고 늘 표정도 없었죠. 그런 모습이 어쩐지 저를 보는 것 같이 비슷했어요
새벽은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숨길 수 없는 시간, 낮에는 즐거운 척 외롭지 않은 척 즐겁거나 외롭거나 그 중간쯤 어딘가에 숨을 수 있는데 새벽엔 그게 안 돼요 나는 그 중간쯤 어딘가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알려주는 시간이라서…어떤 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위로가 됐어요, 나하고 같이 있어 줘서 나하고 닮아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 시간에 더 이상 맥주를 사러 오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거 같아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그땐 제가 맥주 사 드릴게요 “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백번의 위로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많은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서로 말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준경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라디오 사연에서 나와있듯이 그 시간에 더 이상 맥주를 사러 오지 않는 준경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거 같아서 고맙고 다음에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그땐 제가 맥주를 사드리겠다고 하는 말 항상 위로가 되었고 고마웠는데 본인도 이제 경찰 시험에 통과해서 외롭지 않다는 걸 암시를 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준경의 하루가 모든 게 엉켜버린 날 보복운전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그때의 그 아르바이트생이 경찰 제복을 입고 나타난다 그리고 준경은 말한다
“밑도 끝도 없이 힘든 사람이 오면 위로가 되는 사람도 오네요”
이렇게 이 둘은 또다시 만남 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이번엔 같은 처지여서가 아니라 그때 서로 모르게 속으로 응원을 했는지 더 나아진 서로의 모습에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위로는 어쩌면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짧은 두 장면만 설명하는데도 너무나도 할 이야기가 많다, 주인공 혼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 않고. 준경 아버지 막내아들 이렇게 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드라마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난 준경과 막내아들보다 아버지의 행복을 더욱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