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성격의 내향적인 남자 조엘은 지루하리만큼 평온한 삶을 살아가다, 자신과는 정반대인 불꽃같고 즉흥적인 여자 클레멘타인을 만납니다. 조엘은 자신의 정적인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그녀의 외향적인 매력에 빠졌고, 클레멘타인은 날뛰는 자신의 텐션을 차분하게 잡아주는 조엘의 고요함에 안식처를 느낍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시간이 흐르며 빛이 바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매력이었던 그녀의 불꽃은 어느새 위험한 잔소리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듬직한 차분함은 답답한 벽이 되어 서로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결국 좋아하게 된 바로 그 이유가 서로를 밀어내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심한 다툼 끝에 집을 나간 클레멘타인을 찾아간 조엘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과 마주합니다. 그녀가 직장에서 낯선 남자와 다정하게 웃으며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어이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던 조엘은 친구를 통해 믿기 힘든 사실을 듣게 됩니다. 그녀가 강제로 기억을 삭제해 자신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신감과 슬픔, 그리고 홧김에 내린 충동적인 결정으로 조엘 역시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라쿠나' 사를 찾아가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기억 삭제 프로세스가 가장 최근의 아픈 기억부터 지워나가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 조엘의 무의식 속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항이 시작됩니다. 분노와 증오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자, 그 밑에 잠들어 있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찰스강 위에서 나란히 누워 별을 보던 밤, 서점을 가득 채웠던 따스한 공기, 그리고 그녀의 변화무쌍한 머리색만큼이나 다채로웠던 웃음소리들. 조엘은 뒤늦게 깨닫습니다. 자신이 정말 지우고 싶었던 것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사랑하며 쌓인 오해와 권태의 찌꺼기들이었음을요.
삭제 팀의 무자비한 손길이 소중한 추억마저 앗아가려 하자, 조엘은 무의식 속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필사적인 도망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가장 깊고 수치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그녀를 숨기며 "이 기억만은 제발 남겨달라"라고 애원하는 그의 모습은, 망각이 결코 구원이 될 수 없음을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모든 기억이 하얗게 타버리기 직전,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몬탁의 해변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몬탁에서 만나"라는 환상 속의 약속을 남긴 채 조엘은 텅 빈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나지만, 뇌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은 그를 다시 그 추운 겨울의 몬탁으로 향하게 만듭니다.
운명처럼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곧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끔찍하게 비난했는지 담긴 과거의 녹음테이프를 마주하며 차가운 현실을 직면합니다. 또다시 서로를 지겨워하고 상처 줄 미래가 예고된 순간, 조엘은 겁에 질린 그녀에게 나지막이 "Okay"라고 답합니다. 이 짧은 한마디는 끝이 예정된 비극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사랑하는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어른의 용기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은 기억을 모두 지운 이들의 평화를 뜻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화는 말합니다. 사랑의 흉터조차 나 자신을 완성하는 소중한 조각이며, 설령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라도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사랑했던 기억은 그 자체로 영원히 빛나는 햇살이 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