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의 무게를 견디며, 단단한 내일을 쌓다.
삶에서 ‘허리’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참으로 묵직합니다. 제 나이 또래의 동료들이 ‘우리 부서의 허리’라 불리는 것을 들을 때마다, 이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부서의 중심에서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중추적 자리, 바로 그 토대가 되는 역할을 꽤 오랫동안 수행해 온 제 마음 또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긴 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책임감에 무너질 듯도 하고, ‘허리가 휜다’ 거나 ‘끊어질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된 시간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힘이었음을 알기에, 그 무게가 결코 저를 짓누르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스스로 다독이곤 합니다.
신체적으로 허리는 척추 중에서도 중심축을 이루는 부위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이자, 신체가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축이 바로 허리입니다. 이 부분이 건강해야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장시간 앉아 있어도 몸이 튼튼하게 지탱됩니다. 허리가 휘거나 약해지면 그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기곤 합니다. 따라서 허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인 기반임을 여러모로 깨닫게 됩니다.
젊음의 시절, 제 마음은 더 높은 자리와 빠른 승진을 향해 조급하게 달려가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세상은 빨리 변했고, 저 또한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꼭 높은 자리에 빨리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맡은 일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짜 가치라는 사실을요. 그 ‘허리’ 역할이야말로 조직 안에서 가장 큰 균형과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부서의 ‘허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과 동시에, 아버지로서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쁘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도 가족의 웃음과 행복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은 종종 저를 힘겹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그럴 때면 ‘허리가 휜다’는 말이 제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기도 하나 봅니다. 그러나 그런 고된 시간이 있었기에 저 자신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 내에서 높은 위치에서 이끄는 리더나 아래에서 따르며 실무를 책임지는 이들도 각자의 무게와 고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추적인 위치에서 위아래를 모두 아우르며 균형을 잡는 ‘허리’의 역할이야말로 조직 전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굳건한 고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이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동안의 무거운 시간을 통해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급하게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만든다는 것을요.
그렇기에 저는 지금 이 순간 맡은 바 임무를 흔들림 없이 해나가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조급한 마음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든든한 미래를 만드는 밑거름임을 믿고 있지요.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그리고 가족들도 모두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허리’들이 균형을 이루고 서로를 지탱할 때 비로소 전 조직과 사회가 단단히 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에는 수많은 역할이 있고, 각자의 자리마다 고충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누구든 현재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 자리를 사랑할 때, 비로소 단단한 내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감추지 말고, 때로는 솔직히 ‘허리가 휠 것 같다’고 고백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것은 결코 약함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이겨내려는 끈기와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허리는 휠 것 같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미래는 바로 선다는 것을요. 이 말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깊이 닿아 지금의 무게를 인정하면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굳건히 세우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