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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른으로서의 '정(情)'신

건강한 상생, 건강한 사회

by 송바오

저의 지갑 속에는 늘 천 원권 한 장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 천원 권 화폐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요즘 존경하는 그 인물을 자주 떠올리고 꺼내보곤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선생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교육자였고, 화가이기도 하였으며 도덕적 가치와 예의 실천을 중시하는 성리학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였습니다. 그 시대에도 양반이라고 하여 모두가 선비가 아니었을 것이고, 또 속된 말로 '꼰대' 같은 선비들도 즐비했을 것인데 선생은 개인적이고 세속적인 이익보다 항상 그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고 제시하는 주체로 살면서 자신의 임무를 실천해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원로 세대를 예우로 대하고, 젊은 세대를 존중으로 대하면서 서로에 대한 겸손과 배려의 자세를 배움으로 실천해 나갔습니다. 진정으로 선비정신을 실현하는 선생의 삶의 궤적 덕분에 이후 어느 시대에서도 다시금 회자하는 현자로 우리 역사에 깊이 새겨진 듯합니다. 그런 선생의 훌륭한 정신에 비하면 더 가치가 높은 화폐에 새겨질 만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천 원권 화폐에 당당히 새겨진 모습은 오히려 그의 그러한 선비정신이 녹은 삶을 더욱 묵직하고 가치 있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요.


저는 사회 초년생 때부터 존경하던 선배가 있습니다. 그는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의 행복을 담당하는 주키퍼입니다. 저는 그 선배를 마냥 좋아했습니다. 그 오랜 세월 중 한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한 적은 없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처럼, 아마도 그 선배에게서 진하게 풍기는 선비정신의 향기가 좋았나 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말을 유난히 아끼는 -물론 술과 함께일 땐 꼭 그렇지만도 않은- 그 선배는 한결같이 말하던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정(情)'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사람을 우선시하는 그 선배의 겸손한 말과 일치하는 행동은 굳이 가까이하지 않고 멀리서도 자연스레 존경심을 품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독단적이지 않고 경솔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자세는 존중과 배려를 통한 선비정신을 중시하고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보여 이 후배는 여전히 가르침을 느끼고 가슴에 아로새기며 삽니다. 과거의 성리학자가 서당을 지어 겸손과 '경(教)'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듯이 제가 느끼기에 '계상서당(溪上書堂)'의 생활을 하는 지금의 연로한 그 선배는 서로가 정신으로 무척이나 닮아 보입니다.


그렇게 저는 과거의 현자와 현재의 참 주키퍼에게서 선비정신을 배웁니다. 물론 과거에 선비로서 관직을 갖는 것과 지금의 우리가 직업을 갖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 사회의 어른일수록 아니 어른이라면 다른 이득보다 자신의 덕을 사회에 실현하려는 선비정신은 꼭 필요하다 할 수가 있겠고 스스로 돌아볼 만한 듯합니다. 요즘 고령화로 세대 간의 갈등이 팽배한다고 걱정들이 많지요. 그만큼 개인의 성품(Integrity) 또한 중요시되는 지금의 우리네 사회에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선비정신이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진득하게 머물렀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참 어른으로서의 지도력을 따뜻하게 품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진득하게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건강한 상생을 위.해.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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