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헬스 PT의 결말이 병원 엔딩이라니

헬스가 가니 달리기가 왔다

by 송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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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콤플렉스이자 스트레스이다. 전 직장을 다닐 때 옆 부서와의 회식 자리에서 한 팀장님이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했었다.


“얘가 우리 회사 3대 멸치잖아. 몰랐어?”


그건 나도 몰랐다. 흔히 말하는 제철 멸치, 그게 바로 나였다.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겠지만 살을 찌우는 게 참 힘들었다. 물론 마라톤을 시작한 지금은 체중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정신과를 다닐 즈음, 이미 마른 몸이 스트레스로 소멸해 가는 나를 위해 여자친구가 헬스 PT를 등록해 주었다. 마른 사람을 위한 전용 헬스장으로, 개인 PT라 회당 금액도 꽤 높은 편이었다.



멸치 탈출을 위해 한 달 정도 열심히 운동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에 압력이 차서 마치 비행기를 탄 것처럼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그리고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도록 많이 먹었다. 하루 2,500 칼로리 이상을 섭취하고 인증을 해야 했다. 하루에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해 보면 매일 2,500 칼로리를 채우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두세 시간마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한 달이 지나니 몸무게는 약간 늘었지만 심한 근육통이 생겼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알이 배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더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만큼 컨디션이 저하되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이 되었다. 결국 병원을 방문해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피검사 결과 CPK 수치가 천 단위로 측정되었다. 일반 성인 남성의 CPK 정상수치는 189 이내이다. CPK란 근육이나 심장, 뇌 등의 조직에서 발견되는 효소이다. 조직이 손상되면 CPK가 혈액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몸의 이상을 진단할 수 있다. 이 수치가 높아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 근육 손상이 원인이었다.



결국 헬스를 한동안 쉬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운동을 계속할 경우 근육이 괴사 하면서 세포 속의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는 '횡문근융해증'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PT를 환불받았다. 마른 몸을 벗어나고 싶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여자친구가 비싼 돈을 들여 등록해 준 PT의 결과가 환불 엔딩이라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던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소화시킬 겸 집 앞의 청계천을 거닐었다. 그러다 옆을 스쳐 달려가는 러너들을 만났다. 나도 학창 시절 참 많이 뛰어다녔는데. 추억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 오래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나도 아까 만난 러너들처럼 멋지게 달려보리라, 호기롭게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5분 만에 지쳐버렸다. 하지만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걸어오는 짧은 그 길이 매우 상쾌했다. 노을 지는 저녁 풍경이 좋았다. 산책 나온 가족과 연인들, 청계천의 오리와 물고기를 보는 것이 좋았다.



흐르는 땀으로 그동안 쌓인 노폐물과 스트레스가 뒤섞여 빠져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로 달리기는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비록 멸치 탈출은 실패했고, 앞으로도 국산 제철 멸치로 남을 것 같지만 나는 오늘도 달리며 그날의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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