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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n 20. 2016

5. 부산 아트 씨어터 씨앤씨 & 국도 예술관

부산의 다양성 상영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부산영화제 & 영진위...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2014) 중에서-








부산은 제주만큼이나 자주 가는 도시입니다. 근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더 돌아보고 싶은데 뭔가 아쉽다는 것입니다. 1박 2일로 짧게 짧게 다닌 덕분이지만 그만큼 이 도시들이 볼게 많고 가야 할 곳이 많다는 것이죠.


부산은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서울을 연상시키는 곳이죠. 많은 노선과 지하철이 존재하죠. 거기에 하나 더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서울과 부산의 다른 점은 아주 오래된 영화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부산의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를 만들고 감상하는 공간이 존재했었다는 것입니다.


부산은 다른 지방 도시에 비해 다양성 상영관이 많습니다. 넓은 광역시 도시에 당연히 많은 다양성 상영관이 필요하겠죠.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요? 관객과 극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행복할까요?





부산시 중구는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죠 마치 만물시장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모든 헌책과 새 책이 모여 있는 듯한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나면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 있고 더 움직이면 마치 명동을 옮겨놓은 듯한 남포동 광복로 거리도 보이고 북적이는 남포동 영화제 거리를 지나면 자갈치 시장이 있고... 도대체 이 동네의 정체가 뭔가 싶을 정도로 엄청나죠.





보수동 책방에는 많은 헌책방과 많은 돌계단이 있는데 이 풍경 사이로 오래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PBC 평화방송 부산총국 건물은 낡고 오래된 느낌이 가득한데 이곳에는 의외의 시설이 있지요. 바로 아트 씨어터 씨앤씨입니다. 정확히는 부산 가톨릭센터 소극장이죠.


하지만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은 이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죠. 바로 수요 영화 감상회를 했던 곳인데요. 1986년부터 1997년까지 꽤 오랜 기간을 좋은 영화를 상영했던 공간이었죠. 그 외에도 많은 공연이 벌어진 장소입니다.





어쩌면 이런 공간에서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전혀 어색한 게 아니죠. 2009년 5월 개관을 하고 지금도 꾸준히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에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는 방식을 취하다가 이곳에서 극장을 하게 된 것이죠. 씨앤씨의 이상영 대표는 부산 국도예술관에서 시작해 이곳으로 옮겨온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게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일단 매점이 없습니다. 사실 다양성 상영관에서 매점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음식물 반입에 관해서도 극장들끼리 입장차가 조금씩 있습니다. 다만 음식물 반입은 전반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나 수익 관련 문제로 매점의 필요성을 느끼는 곳들도 있으니깐요.




출처 아트씨어터 씨앤씨 공식 카페

이상영 대표에게 그렇다면 이곳의 수익 창출 수단이 또 있는가 물었는데 후원회 제도도 없고 협동조합의 상태도 아닙니다. 순수하게 관객들이 극장을 방문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영진위의 지원도 끊긴 상태입니다. 3년 정도 지원을 받았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이곳은 종교 영화의 제한을 받을까요? '법정스님의 의자'나 '드롭박스' 등을 비롯한 불교, 개신교 소재의 종교 영화도 상영합니다. 아무래도 가톨릭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객이 많을 뿐 영화나 관객의 제한이 없는 것은 시네마테크나 수요 영화 감상회를 상영했던 역사 때문일 수도 있겠죠.


씨앤씨는 가톨릭 영화제나 일부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영화제나 극단이나 사회단체와 함께하는 행사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앞으로 그럴 예정 이라고 합니다. 이상영 대표의 소망은 크지 않았습니다. 누가 규정을 짓는 극장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극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죠.





흐림과 맑음을 반복하는 날씨 속에 부산의 다른 다양성 상영관을 돌아봤습니다. 바로 국도(가람) 예술관입니다. 유엔기념공원과 부산문화회관 사이 아주 아담한 로비의 극장이었습니다. 2006년 남포동에서 시작된 이곳은 2008년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처음 접하며 느낀 것은 이곳은 마법과 같은 곳이었다는 것이죠.


좁은 로비를 지나 상영관 문을 열면 적지 않은 좌석과 쾌적한 분위기의 상영관이 보이니깐요. 대부분의 다양성 상영관이 그렇듯 그들은 매표 업무에 매점 운영에 영사기도 돌려야 합니다. 지방의 대부분의 상영관은 대부분 혼자서 일을 수행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멀티죠. 현충일 연휴에 비까지 내린 상황에서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부랴부랴 극장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처음 관객에서 출발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며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경우라고 말씀하십니다.





매점에서 쿠키와 따뜻한 원두커피를 구입하는 사람들... 근데 좀 이상합니다. 봉지에 들어있는 쿠키를 일일이 가위로 뜯은 뒤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아주고 있으니 말이죠. 일단 매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수익창출보다는 급하게 오신 손님들의 배를 채울 수 있는 게 뭐가 좋을까 생각한 것이 쿠키 종류의 간단한 과자였던 것이죠. 하지만 소음 속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민폐이기에 일일이 봉지에 있는 과자를 뜯어 트레이에 담아 지급하는 것이었지요.


영화 티켓이 영수증으로 바뀌는 시대에서 국도 예술관은 하나밖에 없는 영화티켓으로 유명합니다. 해당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컷이 담긴 한정판이죠. 또한 이들 티켓에는 좌석 자리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자율석이라는 것이죠. 좌석점유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단골 관객에게는 자신만의 지정석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최근 한 멀티플렉스에서 좌석에 따른 요금을 부과하면서 얘기가 많았죠. 이에 대해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관객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식이 부족하면서 벌어진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관객이라면 해당 극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객이 변화를 만드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국도예술관은 영진위의 규정을 지키는 편에 속하는데요. 특별전이나 다른 상영회로 간혹 지키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억지로 영진위 지침을 지키는 것보다 국도의 기획전이나 프로그램이 우선이란 점을 말했고 영진위는 지정 영화의 80%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완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규정에 맞는 극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진위와 문광부의 규정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영진위에서 요청하는 회차 부분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부담감이 크다고 말합니다. 가령 올해 26편의 영진위 지정 영화를 16회 차로 상영해야 되는데 의무적 회차에 맞추다 보니 실험적이긴 하나 관객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의 상영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이 영진위는 독립영화관이나 다양성 상영관의 사정을 분명 알고 있다는 것이죠. 교차상영이나 회차 문제 등에 작은 다양성 상영관들에게 억지로 책임을 전가시키고 결국에는 영화를 틀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려면 멀티플렉스가 답인 것처럼 억지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죠.


국도예술관의 경우 최근까지 영진위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했고 관객들이 많이 찾는 극장에 속했지만 이곳 역시 후원회원을 받는 다른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다양성 상영관과 연계를 통해 다양한 연구과 기획을 계획 중이라는 부분도 말씀하셨습니다.





두 극장만 이야기할 수 없죠. 부산에는 부산영화제도 있고 영진위도 있으니깐요.


부산영화제 관련 부산 시민은 체감하는 것은 없지만 영화인들이 체감하는 것은 분명 큰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다큐 '다이빙 벨' 상영 강행으로 부산시와 영화제 간의 대립이 있었고 결국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는 사건이 있었죠.

하지만 부산 영화계는 정치적인 압력이나 제한을 받는 것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부산 영화계에서는 부산영화제나 영진위 정책과 관련해서 이래저래 풍문으로 알고 있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부산영화제의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죠. 부산영화제의 상영관을 담당하던 곳이 남포동에서 센텀시티로 옮겨지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죠. 개/폐막식뿐 아니라 주요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의 전당은 마치 다양한 종류의 독립,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일종의 타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네마테크가 있고 중극장과 소극장이 있으며 최근 서울 신사동에 이어 두 번째 인디 플러스가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쾌적한 시설을 자랑하고 매점도 멀티플렉스 급 시설을 자랑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멀티플렉스, 영화의 전당, 소규모 다양성 상영관이 서로 공존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들 서로가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죠. 서울만큼 부산도 다양성 상영관이 많지만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이 공간에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살벌하기만 합니다. 다른 지방과 달리 씨앤씨나 국도예술관은 건물주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지속 가능성은 의문입니다.





부산시가 최근 한 멀티플렉스와 다양성 상영관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는데 이와 관련된 경우에도 다양성 상영관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재벌과 기업회 된 멀티플렉스에 지원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것은 실제 이들 다양성 전용관 관람객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씨앤씨의 이상영 대표는 고정 관객을 잡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멀티플렉스의 관객에게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국도예술관의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약간 다른 의견이었는데 부산시가 멀티플렉스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은 것은 그것이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부산에 뿌리를 내린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점도 한몫한다고 아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른 지역이더라도 대기업의 제안에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과거 서울 중앙시네마가 스폰지 하우스와 인디 스페이스를 입점시켜 운영했던 것처럼 극장의 보존을 위해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전당에 이들 극장이 운영되고 제한을 풀어 자유롭게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영화를 상영하는 업체와 영화인, 그리고 정부와 영진위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죠. 당연히 정치적인 간섭이나 지원금 제한 같은 치졸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지요.





센텀시티는 묘한 공간입니다. 심의 제한을 담당하는 기관이 몽땅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서울 중심이던 이들 기관이 그 중심에서 탈피하고자 지방으로 분산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의미가 있는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진위, 영등위, 게임물 관리 위원회, 방통위 미디어 센터 등이 있습니다. 한 동네 길 건너 하나씩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기관이 국민과 문화산업 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 인지도 여전히 의문이고요.








며칠 후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는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를 살리기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습니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과 극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후원회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결국 지방의 독립영화관과 다양성 상영관이 무너지면 서울이 무너지고 반대로 서울이 무너지면 지방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진위가 달라져야 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하되 정치적 간섭을 버려야 하며 기업형 멀티플렉스들은 작은 극장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상생해야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이자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평소 하던 그 말이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는 요즘입니다.



PS. 국도예술관이 2018년 1월 31일 휴관을 했습니다. 저는 폐관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과거 씨네코드 선재, 강릉 독립영화관 신영, 대구 동성아트홀이 겪은 상황과 똑같습니다.

정권은 바뀌었고 영진위의 모습도 정상화를 찾았지만 잃어버린 몇 년이 만든 한국 독립영화계의 현실은 영화사 대표를 블랙리스트로 만들고 특정 극장을 지원해서는 안되는 극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게 중요해졌습니다.

국도예술관이 다시 부활하길 희망합니다.


PS.2 아트시어터 씨앤씨도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부산에는 개인,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다양성극장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최근 두 극장의 휴관을 두고 이야기가 많습니다. 국도예술관 자리에는 건물주가 직접 극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렸고요, 머리를 맞대고 이들 두 극장을 다른 방식으로 부활 할 수 없을까라는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부산은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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