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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n 08. 2016

4. 창원 씨네아트 리좀

문화 창작공간에서 상영관과 게스트 하우스로 바뀐 속사정...

리좀(Rhizome)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를 일컫는 생물학 용어.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저서 '천 개의 고원'에서 사용된 말이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본격적인 여름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죠. 제가 찾아간 네 번째 도시는 창원입니다.


산업 도시, 공업 도시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도시죠. 마산과 인접해 있는데 너무 코앞이라 그냥 마산이라 불러도 되고 창원이라고 말해도 거기가 거기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공장 지대가 있어서 버스 노선의 절반이 공장지대를 가는 느낌도 듭니다. 비가 내려 흐리던 토요일의 어느 날... 창원 터미널 부근의 공구 상가는 모든 게 멈춰 있었고 비로 인해 더 쓸쓸함과 적막함이 느껴집니다. 


원에는 많은 멀티플렉스들이 있지만 의외로 번화가 동네에는 극장이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대형 쇼핑몰 위엄 속에 자리 잡은 극장들이 그나마 여긴 번화가임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창원 마산합포구에는 현재와 과거가 묘하게 겹쳐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마산 어시장이 바다의 경치와 수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사람 냄새, 생선 냄새가 가득한 곳이라면 상상길과 창동예술촌은 젊음의 느낌이 가득한 서울의 명동이며, 부림 시장은 분명 재래시장의 모습인데 실험적인 시도로 젊은이들도 눈길을 가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극장이 있습니다. 외진 골목 4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근데 뭔가 이상합니다. 카페나 갤러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극장이라니... 작년 연말 새로 문을 연 아주 작은 극장 '씨네아트 리좀'입니다.




이곳은 원래 창원/마산의 예술가를 위한 창작 공간이었습니다. 창작 공간으로 쓰인 이곳이 어쩌다가 이렇게 바뀌게 되었을까요? 하은수 운영실장과 리좀 하효선 대표는 꽤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리좀의 탄생 과정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2014년 10월까지 운영하던 경남의 유일한 다양성 영화관인 거제 아트시네마의 폐관이 그것이고, 두 번째는 창동예술촌 레지던스 사업이 운영이 중단되면서부터입니다.


과거 상업도시의 중심이었고 많은 단관극장이 존재했으나 IMF 사태를 넘어서며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서울 명동을 능가하는 땅값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니깐요. 더구나 최신 시설이 갖추기에는 주차장 시설이 협소한 것도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도시로 멀티플렉스들이 이동하게 된 것이죠.


몇 년 전 이곳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창원시의 지원이 끊기면서 사실상 중단 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러던 중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데 다양성 상영관과 게스트 하우스의 신설이었던 것이죠. 3층의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은 매표소, 카페, 갤러리를 비롯한 휴식공간이 되었고 4층의 아티스트를 위한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예술 문화, 공연에 전문가였고 유학파였던 하효선 대표에게 다양성 상영관 운영과 게스트 하우스 운영은 큰 모험과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고 영진위를 비롯해 영화 관련 기관과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던 와중 국도 가람 예술관의 도움으로 거제 아트시네마의 장비를 공수하고 자문을 받아 운영을 시작하게 됩니다.


타 멀티플렉스가 상영횟수가 적거나 애매한 시간대에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면 여긴 좋은 시간대에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말씀하십니다. 다만 틀고 싶은 영화는 많으나 상영 포맷의 제한으로 인해 다양한 영화를 틀 수 없는 게 아쉽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가령 모 배급사는 DCP(암호가 걸린 디지털 형식의 영화파일) 버전밖에는 제공할 수 없다고 상영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시니깐요.





상영의 어려움은 이뿐이 아닙니다. 영진위가 요청하는 한국 영화 상영일 수의 쿼터도 지켜야 하고(4주 이상 16편 상영) 그래야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 시간표를 짜는 게 큰 어려움이라고 얘기하시더군요. 그렇다 보니 기존의 하루 5회를 상영하던 영화를 6회로 늘리는 상황을 겪었다고 하시네요. 아울러 서울에서도 독점 개봉이란 이름으로 다른 곳에서 기회조차 주지 않는 영화들을 가져와 상영하고 계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은 시민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으로 200여 명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게스트 하우스가 주 수입원이고 다양성 상영관은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어느 정도 메꾸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고객은 영화나 관광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NC 다이노스 같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주고객이란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기만 합니다.


하효선 대표는 실버 영화관의 확충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노인들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어르신들이 찾아와 이른 아침에 찾아와 영화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셨다고 하니 그 부분은 저 역시도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하 대표를 비롯해 스텝들의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

모든 불이 꺼지고 게스트 하우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습니다. 모든 게 새로운 시작이라 낯선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변할 때까지 퇴근 시간은 계속 늦어지겠죠.


영진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아직 불안정한 상태고 모든 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영진위의 지원만큼이나 창원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레지던스 사업이 철수하고 하 대표를 비롯한 이들의 좌절감은 컸던 것 같습니다. 결국 영화산업이나 문화산업도 지원이 없다면 일어서기 힘들다는 것을 리좀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PS. 몇 달 사이 광화문에 두 극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미로 스페이스, 스폰지 하우스... 그들은 폐관이 아닌 새로운 준비를 위한 휴관임을 얘기했습니다.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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