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씨네 Feb 28. 2016

3. 정동진 독립 영화제  & 강릉 예술극장 신영

강해지기 위한 잠시만 이별...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닌 이유?

정동진
정동진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에 한양의 경복궁 정(正)동쪽에 있는 바닷가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3월의 시작입니다. 아직도 날씨는 춥고 눈도 내리지만 분명 봄이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봄이 가면 무더위의 절정인 여름이 시작되겠죠. 여름에는 바캉스를 즐기러 사람들이 찾아올 텐데 여름과 연말이 바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강릉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정동진이지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정동진을 알게 된 것은 1995년 방송된 드라마 '모래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신생 방송국인 SBS를 알린 드라마였는데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혜린(고현정)이 거닐던 정동진역은 후에 정동진역을 포함한 여러 곳을 관광코스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여름에는 해변으로, 연말에는 해돋이를 보려는 관광객으로 수요가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정동진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습니다. 한여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죠. 바로 '정동진 독립 영화제'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거창한 영화제는 아닙니다. 배우 같은 영화인들이 밟게 되는 레드 카펫도 이곳에는 관객이 그 주인공입니다.


영상의 문화적·산업적 비중을 소개하고 영상에 대한 열망과 욕구가 높은 청소년들은 물론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영상의 장으로서의 야외 독립영화제를 위하여 1999년부터 강릉 시네마떼끄와 독립영화인들 이 함께 만들어가는 독립영화인들의 여름축제로 개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영화제의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3회 까지는 강릉 시네마떼끄와 한국 독립영화 협회가 공동 주최하였고, 4회는 강릉 시네마떼끄 단독, 5회부터는 강릉 시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의 공동 주최로 매년 8월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야외 영화제를 상영함에 있어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은 금요일이 포함된 주말기간까지 3일이며 국내 장편, 단편영를 상영한다는 것입니다. 우천시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야외 상영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야외상영 특성상 모기와의 싸움이 불가피하기에 쑥불을 이용해 모기를 퇴치하며 이를 위한 '쑥불 원정대'를 매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2~3회로 나뉘어 영화가 상영되며 휴식시간 겸 GV가 자유롭게 이어지는데 감독과 배우는 칵테일을 마시며 GV를 하는 특이한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모기와의 전쟁이 끝날 때쯤이면 상영관인 정동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지만 그 바람이 밤이 깊어가며 추위로 바뀌다 보니 따뜻한 담요가 필수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만드는 영화제답게 상은 관객들이 투표한 동전으로 당일 시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땡그랑 동전상'으로 동전의 액수 합이 아닌 동전 개수의 합으로 수여하며 시상식은 뒤풀이가 벌어지는 학교 강당에서 벌어집니다. 상금 역시 1위를 차지한 감독이 동전 모두를 가져갑니다.





 앞에 말씀드린 강릉 시네마떼끄는 강릉에서 독립영화를 위해 애쓰는 단체인데 이곳의 역할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가 '강릉독립예술 극장 신영'입니다. 원래 신영극장은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틀던 극장이었지만 강릉에 등장한 멀티플렉스로 인해 이곳도 폐관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동안 이 공간은 폐허가 됩니다. 이런 가운데 독립영화 전용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논의되면서 강릉의 독립영화관 신설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드디어 2012년 5월 18일 문이 열립니다. 마침 이때가 서울의 민간 독립영화관인 '인디스페이스'의 개관도 확정된 시점이라서 또 하나의 민간 독립영화관 소식은 반갑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신영은 당분간 관객과의 작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진위의 예술전용관 지원이 중단되었고 비싼 임대료는 이곳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으니깐요. 거제 아트시네마와 서울 씨네코드 선재가 이런 비슷한 이유로 폐관되었고 대구 동성아트홀도 폐관 위기까지 갔다가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기사회생하였습니다.


 근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동진 독립 영화제 역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부천이나 전주, 최근 부산 영화제처럼 사무국이나 조직 위원회에 문제가 생겨서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닙니다. 바로 영화제 상영장소인 정동 초등학교가 학생수 저조로 인한 학교 통폐합 및 폐교에 관한 정책이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근심이 가득할 상황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예술 극장 신영과 정동진 영화제를 책임지는 박광수 프로그래머에게 질문을 드렸을 때 의외로 담담하게 답변을 주신 것에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동진 영화제 때 하와이안 티셔츠와 반바지로 관객을 맞이하던 그 유쾌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의외의 답변들이 이어졌으니깐요.


우선 예술 극장 신영의 경우 재개관의 경우 가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다시 운영하더라도 비영리재단 방식을 포기할 생각은 없으며 다만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거나 어떤 다른 방식으로든 경비를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정동진 영화제는 5월부터 준비에 들어가서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될 것이지만 앞의 학교 통폐합으로 학교가 폐교되면 아이들이 사라짐은 물론 마을도, 가정도 붕괴되고 사라지는 것이며 결국 영화제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해결방안이 필요한가라는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저의 질문에도 새로운 방안을 찾기보다는 토론과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기존에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란 의견을 주셨습니다.






낡은 철제 의자에 몸을 맡기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신식 멀티플렉스는 편한 의자에 온갖 진상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곳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상영의 기본인 마스킹도 이루어지지 않는 극장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비록 낡은 철제 의자였지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올 때까지 불을 밝히지 않는 게 독립영화관의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던 그런 좋은 극장을 하나 잃게 된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입니다.


예술극장 신영은 재개관을 전제로 잠시만 이별을 선택합니다.

마지막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1921) 입니다.

이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재충전을 위한 도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이후 강릉시를 비롯 영화단체의 도움을 받아 2017년 3월 24일 재개관하였습니다.

첫 상영작은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대구 동성 아트홀 & 오오 극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