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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Dec 21. 2015

2. 대구 동성 아트홀 & 오오 극장

기적과 협력으로 일어서다... 기적으로 일어선 두 극장 이야기.

기적 [奇跡/奇迹] 명사) (1)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










광주를 다녀오고 바로 다음날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는 매일매일 여름 온도가 신기록이 깨지는 상황이었죠. 오죽 대구의 더위를 일컬어 '대프리카'라고 할까 싶더군요.


대구의 중심지 하면 대구역이 위치한 중앙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앙로 부근에는 많은 멀티플렉스들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멀티플렉스 체인이 운영하는 지점이 무려 4개나 모여 있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같은 회사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팀킬'의 모습을 띄고 있다는 것이었죠. 물론 이 부분에 대해 극장들 측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이 멀티플렉스들은 원래 토종으로 시작했거나 단관으로 시작했지만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와중에도 독자적인 방식으로 독립영화 전용관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동성 아트홀과 오오 극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중앙로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은 동성 아트홀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1992년 소극장이었던 푸른 극장은 배사흠 씨의 노력으로 극장을 인수하게 되고 동성 아트홀이란 이름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극장업이 몰락하는 상황에 극장 운영이 쉬울 리가 없었지요. 1994년 제한상영가 전용관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이 사실상 영화를 틀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었고 제한상영가 전용관은 홍보는 물론이요, 극장 앞에 포스터도 붙일 수 없는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영업이었습니다.


3개월 만에 운영 중단 후 대구경북 시네마테크 대표인 남태우 씨를 만나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그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영진위의 다양성 상영관 운영업체 선정에서 탈락해버렸기 때문이죠. 영진위의 지원금 없이는 운영이 힘든 경우도 있고 결국 동성 아트홀과 거제 아트시네마는 폐관을 하게 됩니다.


극적인 동성 아트홀의 운명은 새 대표와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다시 바뀌게 됩니다. 대구에 대형병원을 운영 중인 김주성 씨를 새로운 대표로 맞이한 것이죠. 병원과 극장은 왠지 맞지 않아 보이지만 영화광인 병원 원장님이 대구의 독립영화관을 돕겠다는 소식은 큰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결국, 메르스로 관객이 급감하는 시기를 이용해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들어갑니다. 저는 하필 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던 시점에 방문했고 살짝 열린 문을 통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겨울에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마침 전날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참여한 토크 콘서트 대관으로 정신없던 하루를 지나고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김종서 영사실장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먼저 제가 궁금했던 것... 프로야구 경기 때 홈런존에 보이는 광고를 극장 홍보에도 사용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병원만 홍보하는 것이 아닌 좋은 극장을 알린다는 면에서 광고효과 그 이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관객들에 대해서는 영화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한국 독립영화에는 몰리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씀하십니다. 가령 외국영화의 경우 '5월의 마중'이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등의 작품이 사랑받았고, '다이빙벨'이나 '위로공단' 같은 사회문제를 지적한 한국 다큐에 많이 몰리는 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영진위에 큰 타격을 받은 동성 아트홀에 이번 영진위의 작품 선정 후 지정된 배급업체를 통해서만 상영하도록 한 방침에 대해선 사전검열과 마찬가지인 이번 영진위 정책에는 반대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설령 이번 정책에 살아남은 극장들이라고 하더라도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다양성 상영관이 대구에 많은 것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을지 몰라도 경영 부분에 있어서는 힘든 점이 많다며 아쉬움을 나타내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과거도 그러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니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대구 독립영화의 터줏대감이 동성 아트홀이라면 최근 떠오르는 곳이 한 곳 생겼으니 바로 오오 극장입니다. 오오 극장은 대구의 또 다른 멀티플렉스인 만경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만경관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토종 멀티플렉스로써 오랜 역사와 자리를 지닌 곳으로 유명하죠.


오오 극장의 탄생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서울의 인디스페이스와 더불어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극장이며 지방은 최초이고 사회적 협동조합이란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기 드문 형태의 극장이라는 것입니다. '대구·경북 영화 영상 협동조합'이란 다소 긴 이름의 운영체제도 있다는 것이죠.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 대구지회, 미디어 핀다의 세 곳의 단체와 시민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죠. 오오 극장도 이로 인해 두 번의 변화를 거듭합니다. 여름에 갔을 때와 겨울에 방문했을 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저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름대로 입니다. 관객석은 55석의  소형관인데요. 삼삼오오(3355)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극장 옆의 작은 카페는 삼삼 다방, 극장은 오오 극장인 것이죠.





오오 극장 김창완 프로그래머는 혼자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작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독립영화만 틀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카페를 같이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11월에 뜻밖에 스코어가 안 나와서 극장을 운영해야 하는가는 의문도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아직은 큰 타격은 없지만, 만약 멀티플렉스 1개 관을 정부가 지정하는 다양성 전용관으로 돌리면 멀티플렉스들은 남는 상영관이라 손해 볼 장사가 아니므로 상영관으로 내주게 되고 그럴 경우 진짜 독립,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은 타격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주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커뮤니티가 중요하기에 조합원과 관객들과 합의를 통해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도 잊지 않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오 극장의 독특한 프로그램은 실제로 관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컬트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무서운집'을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처음 개봉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와 별개로 '나쁜나라', '불안한 외출' 같은 작품의 경우 익명의 관객이 단체 55석을 구매해 무료 관람형태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독립영화관의 기적이자 독립다큐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였고 다른 지방에서도 익명의 관객이 대량 예매 후 무료관람 행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오오 극장과 동성 아트홀은 경쟁자이지만 대구 독립영화인들 중에서 오오 극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참여한 점도 서로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오 극장의 경우 한국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고 동성 아트홀은 한국영화를 포함한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기에 약간은 차이가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면서 비상업 영화 역시 소중하고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 곳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극장 모두 '기적'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끊겨 폐관된 극장이 기적을 만나 부활을 했고, 관객이 뜸한 극장에 익명의 관객이 내놓은 영화 표로 인해 극장과 영화가 살아나는 기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적은 불가능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적이 독립영화계와 전용관 모두에게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PS. 동성아트홀은 2017년 6월 26일자로 다시 긴 휴관에 들어갔습니다. 세번째 휴관입니다. 경영난을 이유로 이야기했지만 스텝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입니다. 지원비가 무리없이 나왔고 관객수도 안정권에 들어있는 상황에서 올라온 얘기입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진실은 누군가는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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