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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Apr 22. 2018

'판타스틱 우먼' & '당신의 부탁'

갑자기 다가온 위기상황... 우리가 잃고 얻은 것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진행될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를 맞이하거나 반대로 잃을 경우도 그중의 하나죠.
갑작스러운 만남,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은 갑작스러운 고민에 빠져버린 두 여성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판타스틱 우먼'(원제 A Fantastic Woman/Una mujer fantástica 2017) 그리고 영화 '당신의 부탁'(영문원제 Mothers/2017)입니다.










오클란도와 마리나는 오붓한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오페라 가수이지만 크건 작건 공연장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평소에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근무합니다. 친구이자 연인인 오클란도는 가족을 제외하고 그녀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정지로 인해 오클란도가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더구나 계단에서 내려가다가 생긴 상처는 오클란도 가족 뿐만 아니라 경찰들까지도 마리나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남녀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범죄자처럼 사진을 찍히는 수모를 당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트렌스젠더였던 것이죠. 하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갔던 그녀였기에 오클란도의 가족이나 경찰들에게 당한 수모는 거의 굴욕에 가까웠습니다. 누구보다 그를 사랑했기에 오클란도의 장례식과 추모식에 가고 싶었지만 오클란도의 가족은 그에게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경고를 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보상은 오클란도의 아들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해코지당하는 것…. 마리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봅니다. 그들이 말한 대로 자신은 정말 괴물 같은 존재인가 생각합니다.





동네 작은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서른둘의 젊은 원장 효진은 고장 난 복사기와 씨름 중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이자 동료인 미란은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고요. 줄어드는 원생수와 피로감, 그리고 미란의 임신은 보습학원을 계속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들지요.


그러던 어느 날 2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 경수의 효진과 결혼 전 생활했던 부인의 아들인 종욱을 키워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나와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아이를 키우라니…. 당황스러웠지만 열여섯 종욱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경수 친척의 말대로 종욱은 착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가끔 학교를 나오지 않는 수상한 가출 때문에 가끔 속을 썩이긴 하죠.


마침 종욱에게는 주미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종욱과 주미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가출을 감행합니다. 진짜 엄마도 아닌데 종욱을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그를 찾아 나서지만 쉽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온 아이…. 이들의 관계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묘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는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는데요,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더불어 쟁쟁한 후보였던 '판타스틱 우먼'을 들 수 있습니다. 결국, 수상에 성공했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갔는데 이 영화는 뭔가 독특한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자칫 이 영화는 흔한 사랑 영화로 생각하기 쉬웠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트렌스젠더라는 점과 스스로는 당당하지만, 사회가 그런 그녀를 무시하는 모습을 통해 동성애자, 트렌스젠더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사랑에 있어서는 일반인도 그리고 소수자도 균등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클란도가 남긴 유품 중에 정체불명의 숫자가 붙은 키를 발견하는데요. 181번의 사물함 키는 다름 아닌 오클란도가 단골로 이용하던 사우나였던 것이죠. 자신의 여자도 아닌, 남자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 그녀는 남탕 사우나로 생각보다 쉽게 들어가는 것에 성공하지만 뭔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물함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사물함인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거창한 것을 기대했던 것은 관객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관객들의 기대를 어김없이 깨버리죠. 공허한 사물함의 모습은 현재 무엇을 해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마리나의 모습과 닮아있죠.

이런 인상적인 연기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실제 칠레의 트렌스젠더이자 성악가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다니엘라 베가의 소름이 끼치는 연기가 한몫을 했다고 보는데요. 세상이 그녀를 무시해도 이에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특히 오클란도가 키우던 개를 오클란도의 가족들이 멋대로 처리한 것에 분노해 시위 아닌 시위를 하는 장면은 당당하게 사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판타스틱 우먼'이 무언가를 졸지에 잃었다면 반대로 '당신의 부탁'은 거꾸로 의도치 않게 무엇을 얻게 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죠. 결혼했지만 사고로 남편을 잃고 의도치 않게 돌싱이 된 효진은 한 번 더 의도치 않은 상황에 직면합니다. 갑자기 아들이 생긴 것. 물론 이는 종욱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효진은 그에게 세 번째(?) 엄마인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친엄마를 찾는 게 어쩌면 당연히 정상적이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어쨌든 엄마임을 인정하고 아들임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외로 두 사람은 큰 충돌이 없습니다. 사실 이게 의외인데 허를 찌르면서 그것을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든 이동운 감독의 시나리오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생애 처음으로 엄마 연기를 한 임수정 씨는 자연스럽게 초보 엄마로서 가질 수 있는 고민을 담담하게 연기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효진의 엄마로 그녀의 조력자이자 앙숙인 명자로 등장한 오미연 씨와, 초보 엄마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효진 친구 미란 역으로 등장한 이상희 씨나 미란만큼이나 정말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진짜 초보 엄마로 등장한 주미 역의 서신애 씨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히든카드처럼 등장해 종욱의 또 다른 엄마로 등장한 김선영 씨도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얻고 잃는다는 것은 정말로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차라리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줄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마리나나 효진이 처한 상황은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이겠지만 누군가에는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두 영화 모두 나름 슬기롭게 이 위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재능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태생이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다행히 그들을 이해하려는 좋은 친구와 가족이 있었기에 그런 어려움에서 이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리나는 다시 무대에 서고 효진과 종욱은 언덕을 넘으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들의 삶이 앞으로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어쩌면 그 고통과 아픔은 워밍업일테고 더 큰 고통과 시련이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강해졌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모습이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삶을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아카데미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의 또 다른 라이벌이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와 친구들은 허름한 모텔촌에서 무지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위해 디즈니랜드로 향합니다. 행복의 무지개, 행복의 파랑새, 행복의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 이들에게도 분명 존재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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