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꿈, 레슬러의 꿈-꿈은 강요 받는 것?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
레슬링
두 명이 선수가 다리를 제외한 신체의 한 부분에 힘을 가해 상대방을 바닥에 닿게 하고 보통 등이 바닥에 닿는 자세로 몰아붙이거나 최소한의 시간 동안 어떤 자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 큰 점수는 5점. 상대를 원을 그려서 위험한 자세 양어깨 부위로 떨어졌을 경우 5점 획득. 4점은 스탠딩 자세에서 어깨가 매트로 떨어졌을 경우. 그라운드에서 옆굴리기 태클 들어가서 백 잡기 스탠딩이 아닌 자세에서 상대의 어깨가 매트에 닿을 경우 2점. 1점은 원 밖으로 기술을 행사해서 밀고 나갈 경우이다.
파랑과 빨강, 노랑이 섞인 매트위에 그 어느 스포츠보다도 몸과 몸이 맞닿는 종목이라 코미디에서는 애틋한 종목으로 이야기하며 야시시한 BGM을 틀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포츠이죠.
묘하게도 가족이 등장하는 동시에 레슬링을 다룬 영화 두 편이 개봉되었습니다.
왜 갑자기 레슬링인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몸과 몸이 만나 한판승을 거두는 이 이야기에 매력을 갖고 보는 이들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인도 영화 '당갈'(영문원제 Dangal/인도원제 दंगल/2016), 그리고 한국영화 '레슬러'(영문원제 LOVE+SLING/2018)입니다.
인도의 농촌 마을 사람들이 TV를 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사무실에서 TV를 보던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펼칩니다. 힘들게 경기에 오른 선수들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들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 한 사내의 심기를 건드리고 레슬링 싸움으로 번집니다. 마하비르는 과거 잘나가던 레슬링 선수였지만 돈이 되지 않는 레슬링을 왜 하냐는 부모님 성화에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 된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하고 모두 아들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첫째도 딸, 둘째도 딸…. 셋째, 넷째도 여지없이 딸.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들들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지만 딸이 태어났으니 그 섭섭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몇 년이 지났는데 첫째 기타와 둘째 바비타가 또래의 남자아이들을 때려눕히고 돌아온 것을 보고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가 무슨 레슬링이라고…. 주위의 손가락질이 더해지고 딸들의 불만이 더해질 수록 마하비르는 딸들을 더 독하게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다시 몇 년이 지나고 국가대표급으로 자란 기타를 선수촌으로 보낸 마하바르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죠. 그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아버지의 기술을 구닥다리 기술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르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집. 수 년 전 아내를 잃고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귀보.
그는 과거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작은 레슬링 체육관을 운영하며 후배 선수들 양성과 미용/다이어트 강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살림의 제왕입니다. 또한, 아들 성웅을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키운 것이 보람이죠. 무엇보다 성웅도 레슬링 유망주이거든요.
위층에는 오랜 친구이자 이 집주인 성수가 있고 그의 딸 가영이 있습니다. 성웅과 가영은 죽마고우 그 이상의 친구였던지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사이지만 성웅은 가영이 좋았고 드디어 가영에게 고백하려고 하던 찰나 가영이 먼저 선수를 칩니다. 더구나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아버지…. 그러니깐 가영에게는 아저씨인 귀보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폭탄 발언을 합니다. 젊은 자신도 아닌 나이 차 엄청난 아버지를 좋아한다니….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아닌 하나의 라이벌 상대가 되어버린 두 사람…. 이럴수록 성웅과 가영의 방황은 더해만 갑니다. 거기에 엉뚱한 소개팅녀 의사 도나와 아들만큼이나 전혀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그의 어머니까지 귀보의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묘하게도 '당갈'의 뜻도 '레슬링 경기(장)', '레슬러’는 '레슬링을 하는 사람' 입니다.
그리고 마하바르와 귀보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을 가진 전직 레슬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녀들도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의견충돌하고 싸우고 있다는 점도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두 영화는 같으면서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당갈'의 마하바르는 스파르타에 가까운 훈련 방식으로 스스로 호랑이 선생이 되었고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잘라낼 정도로 엄격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해 비해 '레슬러'의 귀보는 다정다감한 아버지입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고 싶은 아버지입니다.
근데 어찌 된 일인지 기타 & 바비타 자매와 성웅은 자신들은 레슬링이 싫다고 합니다.
대립하며 끊임없이 싸웁니다.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지만 결국 삐뚤어진 관계는 각자의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찾습니다. 경기에서 끊임없이 패배한 기타는 결국,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기에 임했지만 반대로 성웅은 아버지의 제안을 무시하고 경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 모두 해피엔딩….
물론 어느 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당갈'의 마하바르는 남성중심주의의 인도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딸들을 레슬러로 키웠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진정 딸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냐고 생각하기에는 아이들의 머리를 자르고 스파르타로 가르쳤으니 딸들이 아버지를 좋아할 리가 없죠. '
'레슬러'의 귀보는 아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어느 때 아이를 꾸짖어야 하고 혼내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더구나 우유부단한 성격에 가영과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제대로 풀지 못해 사건이 더 커진 것 역시 좋은 것은 아니죠.
하지만 두 아버지는 자녀를 위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거기에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만들려는 욕심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욕심을 자녀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죠. 어쩌면 이 두 영화의 단점은 여기에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이 두 영화는 아쉬움이 남지요.
'당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요, 실제로 기타와 바비타 자매는 인도 여성 레슬러 1호, 2호라는 점에서 인상적인 부분이며 온 가족들이 실제로도 레슬러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죠. '세 얼간이' 제작팀이 다시 뭉쳤고 주연을 맡은 아미르 칸이 나서고 있습니다. '세 얼간이'에서 보여준 성적으로 좌지우지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PK'를 통해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등을 던지는 등 최근 인도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의 영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레슬러'는 '써니' 제작진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휴먼 코미디에 능한 유해진 씨의 도전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김대웅 감독은 신인인데 시나리오도 생각보다 좋았고 박진감이 넘치게 편집을 하는 부분이 인상적인데요, 가령 성웅이 경기에서 이기는 장면은 스피드하게 편집한 장면이 인상적이죠. 32강, 16강, 8강, 4강…. 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롱테이크처럼 처리한 기법이나 벚꽃이 휘날리는 가운데 성웅이 분노의 페달을 밟고 정지된 화면에서 집으로 전환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 과정을 표현하는 편집도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다 잘되라고 하는 거야. 부모님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물론 반은 맞는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정작 우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었는지 묻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 관계가 요술처럼 "짠~!"하고 바뀐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죠.
묘하게도 가족이라는 관계와 레슬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몸과 몸이 접촉해야 하는 스포츠이자 서로의 가슴을 끌어안아야 할 정도로 사랑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죠.
아버지(가족)로서, 레슬러로서의 삶은 그래서 순탄치 않은 건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