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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Aug 15. 2018

'델마' & '주피터스 문'

슬픈 초능력자들, 청춘과 종교 신념은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직접 경험할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죠.

마블이나 DC의 영화에서 떼로 나오는 슈퍼히어로를 경험하지만 때로는 슈퍼히어로들은 고뇌에 빠지게 되죠. 스파이더 맨은 찢어지는 가난에, 배트맨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에, 아이언 맨은 부자이지만 자신의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헨콕은 술주정뱅이며 데드풀은 자신의 얼굴을 감추며 살아가지만 나름 위트로 자신의 슬픔을 감추려고 합니다.

초능력자들은 늘 행복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 젊은 남녀가 있고 주체할 수 없는 힘에 감당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고난을 어떻게 이겨낼까요? 영화 '델마'(Thelma, 2017)와 '주피터스 문'(Jupiter's Moon, 2017)입니다.











델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물론 그 끔찍한 악몽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도중 아냐를 만난 후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쓰러지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심인성 비뇌전증'이라고 추측만 할 뿐 진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본인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할머니 역시 비슷한 증세를 시달리고 투병 중인 것을 알게 되죠. 할머니는 자신의 남편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것.

이런 발작은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죠. 너무나도 사랑했던 델마와 아냐...

델마의 구체적인 원인을 알기 위해 검사를 받던 어느 날. 공교롭게도 델마가 사라지는 사고가 나게 됩니다.

가족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입니다. 그리고 더욱더 충격적인 델마의 과거가 밝혀집니다.



시리안 청년 아리안은 국경을 피해 헝가리로 넘아가는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잠시만 이별을 고하고 국경을 넘지만 경찰 라슬로의 우발적인 총기 발사로 총상을 당합니다. 그러던 순간 자신의 피와 몸이 떠오르는 각성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편 의사 스턴은 의료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한 뒤 난민들을 돕는 현장으로 좌천됩니다. 의료봉사이지만 필요하다면 뒷돈도 챙기는 비리 의사이죠. 하지만 그 돈으로 의료사고로 숨진 아이의 유가족에게 보상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신기한 능력을 지닌 아리안을 만나게 되면서 그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아버지를 만나게 도와주겠다는 스턴의 말을 믿었지만 어딘가 이상한 느낌입니다.

한편 자신의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든 것에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린 라슬로는 아리안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스턴과 더불어 두 사람을 쫓기 시작합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이라는 점과 너무나도 젊고 젊은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주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의사가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심지어 종교를 이용하거나 악용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묘한 지점에서 닮아 있다는 것이죠.








'주피터스 문'의 경우 난민 문제를 정면적으로 다루었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보면 최근 개봉한 '더 스퀘어'를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스퀘어'가 주인공을 등지고 노숙자나 이주민 아파트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주피터스 문'은 주인공 자체가 난민이라는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는 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 영화는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데요. 초능력자를 이용하는 악인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앞에 이야기한 종교적 특색이 등장하는데요. 한 때 스턴과 같은 친구였으나 적이 되어버린 형사 라슬로나 스턴이 일했던 대형병원의 동료이자 애인이었던 베라 모두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부분에 부정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턴이 행할 수 있는 것은 기적이라는 것이죠. 스턴은 베라의 도움으로 가가호호 왕진을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한 사내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스턴과 아리안을 비웃게 됩니다. 그러자 스턴은 아리안에게 하늘을 날도록 시키죠. 거기에 염력까지 더해지고 놀란 사내는 죽음이란 공포에 사로잡혀 스스로 창문으로 뛰어 내리게 됩니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노부부의 집에 방문한 두 사람은 기력이 없는 여인 앞에서 다시 기적을 행하고 남편의 소원대로(?) 자신의 아내를 편안히 눈감게 만듭니다. 신을 부정하는 사람과 그 기적을 믿는 사람이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그 기적을 믿는 라슬로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믿음이 사라진 사회에서 아리안은 누군가에게는 천사가 되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저승사자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스턴의 모습은 꼴불견이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결국 아리안 아버지의 유품을 찾아주면서 개과천선하는 부분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스턴은 아리안을 만나면서 무언의 충고를 받고 돈벌이 수단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델마'는 종교적 신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주피터스 문'보다 더 선명해 보입니다.

델마의 경우 초능력을 갖게 되는... 즉, 각성하는 시기가 아리안과 달리 오래전부터 발생합니다. 델마의 초능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그의 어머니는 불구가 됩니다.


그런데 델마의 집안을 보면 어딘가 묘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모태 신앙을 갖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들은 끊임없이 기도합니다. 델마 역시 술을 마시고 사람을 사귀는 부분에 대해 매우 소심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아냐를 만남으로써 개방적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게 많죠. 같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렇고 마리화나를 첫 경험함에 있어서 (물론 이것은 일반 담배로 밝혀지지만요) 두려움과 기대감을 갖는데요. 하지만 델마는 스스로의 일탈을 꿈꾸었는지도 모릅니다. 담배 한 개비에 환각을 느끼고 불안증세를 보일 때마다 등장하는 뱀의 모습은 일탈을 꿈꾸지만 종교적 신념에 갈등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델마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가족력을 알게 되고 수많은 것들을 검색하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중세시대의 마녀 사냥입니다. 그들은 원하던, 원치 않던 수많은 사람의 지탄을 받고 화형 당하거나 돌에 맞아 죽기도 했습니다. 델마는 그게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능력을 갖고 그것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지탄받은 것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후반에 들어서 묘하게 뒤집히는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 것을 제거하고 사람을 다시 살리는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지 않던 초능력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이것을 두고 델마는 예수의 부활을 형상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집을 떠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것은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결말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조절할 줄 안다기보다는 이제 알아가는 과정처럼 보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피터스 문'과 '델마'는 흔히 접하기 힘든 유럽권 영화들입니다.

'주피터스 문'의 코스넬 문드럭초 감독은 헝가리 출신의 감독으로 이 작품을 통해 50회 시체스 영화제로 오피셜 판타스틱-최우수작품상과 오피셜 판타스틱-최우수 특수효과상을 수상합니다. 전작인 '화이트 갓'을 통해 개들의 반란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통해 눈길을 끌었던 영화죠.

'델마'의 요아킴 트리에 감독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니고 있죠. 노르웨이 출신의 이 감독은 전작인 '라우더 댄 밤즈'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파해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두 영화의 소년과 소녀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어른이 될 것이지만 삶은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춘의 이름으로 잘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희망고문일지도 모릅니다.

어긋난 종교적 신념이 그들의 자유를 억압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희망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청춘들의 고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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