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너 없이 꽃피는 날에

by 보리

너 없이 꽃피는 날에



네가 떠난 뒤로

꽃이 피어도

나는 자꾸 눈을 감게 된다.



그날 이후

너의 영혼이 밀어 올린

하늘은 자꾸 높아져

네 웃음처럼 따뜻한 햇살에도

불현듯 목이 멘다.



꽃을 가꾸고

이웃을 품고

하느님을 노래하던 너



꽃잎 하나 떨어지듯

훌훌 가볍게 떠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고맙다는 말 바람에게 전한다.



네가 살아낸 꽃 같은 시간이

마음 깊이 봄으로 스며

슬픔 사이사이에서

향기로 피어났다.



지금쯤 너는

하늘 호숫가에서

햇살처럼 앉아 있겠지



그곳에도,

바람이 머무는가


하늘호수2.jpg




‘하늘 호수’라는 고운 닉네임을 쓰던 친구

평생 농원과 꽃집을 하며 무한 노동에도

한없이 긍정적이던 친구


이름마저 고왔던 너는

기도로 하루를 열고

꽃으로 세상을 다독이던 사람이었다.


꽃을 돌보러 나가기 전

화장실에서 넘어져

며칠 만에 꽃잎 지듯 가볍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황망함에 눈물조차 나지 않아

오랫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를 닮아 다정한 가족들 곁에서

바쁘게, 묵묵히 기도를 두르고

무쇠처럼 일더미에 묻혀 산다 말하면서도

모란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봄

네가 떠난 이 세상에 다시 꽃이 피어났다.


꽃을 좋아해서 평생 꽃과 함께 살던 네 얼굴이

꽃송이마다 피어나 쳐다보기 힘들었다.


기도하며 살던 너,

꽃을 안고 살던 너,

세상에 물들지 않고

끝내 너답게 홀연히 떠난 너


하늘 호수 어딘가에서

지금도 햇살처럼

미소 짓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나도 너처럼

꽃잎처럼 가볍게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참 고맙다.

꽃처럼 살아줘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러

진한 향기를 남기고 떠난

너라는 꽃 앞에

가만히 머리 숙인다.


하늘호수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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