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사랑초

by 보리

사랑초



당신이 힘들 땐

바람보다 먼저 마음을 기울여

함께 흔들립니다.


당신이 외롭다 느낄 땐

창너머 조용히 피어나

눈길을 맞춰줄게요.


당신이 햇살처럼 환히 웃을 땐

다정함을 살며시 닫아

조용히 내 안에 숨깁니다.


당신이 나를 잊는다 해도

나는 그 자리에

작은 숨을 묻고

기다릴 거예요.


햇살 머물던 기억처럼

당신 곁에 남고 싶지만

거센 바람에

떨리는 잎을 닫으며


당신이 머물던 창가에 뿌리내리고

참았던 눈물을 모아

봄을 기다립니다.


나는 오늘도

작은 기도를

조용히 접었다 폅니다.


사랑초4.jpg 햇살에 꽃잎을 펴고 이파리를 오그리는 사랑초

사랑초6.jpg 저녁이 되면 꽃잎을 오그리고 이파리를 활짝펴는 사랑초



창 앞 화단에 사랑초를 심었다.


작년에 몇 포기 심은 것이

추운 겨울을 견디고 무더기로 꽃대를 올리고

줄기마다 작고 고운 꽃을 피워낸 사랑초

사랑은 저렇게 무한 확장이 가능한 기적이고 기도라는 것을 알았다.

꽃말을 찾아보고 꽃을 보니 새삼 고마웠다.

"당신을 지켜주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당신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끝까지 함께하며 버리지 않겠다는 귀한 약속

이 세상 누가 나에게 그런 약속을 해줄 수 있을까?

내가 잠들면

함께 잠들기 위해 작은 꽃잎을 오그리고

아침 햇살에 기지개 켜듯 꽃잎을 열고

이파리마다 벅찬 사랑을 담은

하트 모양의 고백을 날려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마음을 기울이고,

곁에 있고 싶다는 말 대신 꽃잎을 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날,


사랑초를 찬찬히 바라본다.

창가에 핀 한 송이 사랑이 말을 건다.

사랑초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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