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찔레꽃
봄가뭄 배고픔에
달고 비린 숨결 하나
슬픈 전설을 씹는다.
왜 이토록 그리운지,
향기보다 눈물이 먼저 오는지
말라붙은 뿌리로
촉촉이 물기를 끌어올려
간절히 불러도 닿지 못한 그리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렇게
참아낸 말들을 모아
하얀 꽃으로 올린다.
누구도 너를
온전히 껴안지 못해
말 대신 먼저 가시를 세운다.
깊이 사랑하면
가시도 꽃이 된다는 걸
너의 아픔이
나의 길에 피어 있다고
오월,
언덕 너머 바람 끝에서
나는 문득
너를 기다리고 있더라.
산입구에 찔레꽃이 피었다.
보글보글 하얗게 핀 복스러운 찔레꽃 꽃말이
"고독",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한다.
나라가 힘없고 가난해서 몽골로 끌려간 찔레라는 소녀.
착한 주인에게 애원하여 10년을 가족을 찾아 헤매다
그리움에 겨워 세상을 떠난 그 자리에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하얗게 매달려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그래서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그렇게 눈물 나게 슬펐을까?
‘엄마 엄마’ 부르며 흘렸을 찔레의 눈물이 진한 향기로 번져오는 하얀 찔레꽃 앞에서 지금도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난했던 시절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찔레꽃 가뭄’이라 불렀다.
배 고픈 아이들은 찔레의 연한 순을 꺾어 껍질을 벗기고 먹었다.
세상에 배고픈 서러움만 한 것이 있을까?
어릴 적 쌉싸름하고 달착지근한 그 찔레순을 나도 먹어봤다.
하지만 세상에서 엄마를 잃은 허기보다 더한 허기가 있을까?
꽃같은 딸을 보내고 문설주에 기대 울었을 엄마의 눈물과 찔레의 그리움이 겹쳐
지금 나는 찔레꽃 핀 그 길에 서서 기다려주고 싶다.
찔레의 눈물 같은 서러운 봄비가 내리는데
그 길에서 나는 오래도록 누군가의 엄마를 기다린다.
짤레꽃 -박태선 시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