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모기

by 보리

모기



앵앵거리며

잠을 훔치던 너를

소름 돋게 미워했지만,



개구리의 식사였고

참새의 날갯짓이었으며

꽃들의 생명선이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네가 물었기에

나는 손을 휘둘렀다.



작다는 이유로,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을

묻지도 않고 지워버렸을까.



단 한 방울의 피로

자식의 생을 잇는 어미의 마음이

정말 죄였을까.



죄를 묻는 손보다

이해하려는 눈이 먼저였다면

우리는 수많은 생을

그저 쓸모로만 재지 않았으리라.



불청객이라 불리는 것들 안에도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의지,

누군가의 목숨이

숨 쉬고 있었음을



모든 생명은

누군가의 불편이 아니라

절박한 이유로 존재한다.



없애야 할 것들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한 존재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너도, 나도,

이유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다.


모기1.jpg 지구에는 3,500종 이상의 모기가 산다. 숲 모기는 더 맵다. 바다모기도....






늦은 저녁, 꽃밭에 물을 주다가 매운 모기의 습격을 받았다.

예민한 신경은 한밤중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에 깨어 더는 잠들지 못하곤 했다.


그래서 모기가 소름 돋도록 싫었다.

물린 자리를 긁어 붉게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의 적개심은 커지곤 했다


어느 봄날, 뒷산에 가득 피어난 진달래에 취해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꽃 위에 가득 앉은 모기떼를 보고 궁금해졌다.


돌아와 모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류에 해만 끼친다고 믿었던 모기,

박멸되어야 할 존재라 생각했던 그들.


20250603_070040.jpg 신발장 문에 미이라로 남은 모기


하지만 쥐라기 시대부터 살아남아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생존경쟁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모기들은 식물의 즙이나 꽃의 꿀, 이슬을 먹고 살아간다.

오직 암컷만이 산란기가 되면 알을 낳기 위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단 한번 흡혈을 한다.

그리고 1주 후 알을 낳는다.


그 작은 피로

모성의 사명을 완수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예전처럼 모기가 증오스럽도록 밉지는 않았다.


모기가 사라지면 이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를 먹이로 하는 새들과 물고기, 개구리 등의 먹이사슬 균형이 깨져 수많은 생물들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구나 모기는 꽃가루 수분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모기가 사라지면 수천 종, 수만 그루의 식물 역시 멸종될 수 있다고 한다.


모기의 존재 이유


지구상에

이유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다.


그래도 너를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다.


마당에서 먹이를 찾던 참새의 아침 식사가 모기였을지도 모르겠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6074300797

[오늘은] '앵∼' 모기 사라지면 초콜릿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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