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개망초
누가 불렀을까
들길 모퉁이마다
흰 손수건처럼 펼쳐진 나를
바람에 쓰러지고도
햇살만 보면
다시 일어서는 나를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도
그저 피어나는 나를
사람들이 떠난 길가,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
누군가의 고향에서
나는 또 피어난다.
쪼개질 듯 눈부신 햇살 아래
서툰 입맞춤처럼 꽃잎을 열고
한 번쯤
그대 돌아보길 바라며
그대 향한 그리움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그대는 몰랐을까
“이름이 뭐야?”
속삭이듯 묻는 말에
바람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그대가 세상을 걷다
지친 날이면
나는 다시 피어나
어디서나 피는 것보다
어디서도 꺾이지 않는
질긴 마음을 올린다.
그대 떠난 길 끝을
눈시리게 바라보며
그늘 하나
남기고 간다.
몇 해 전,
산길을 덮은 개망초 꽃바다를 헤엄치듯 걸어가던 날들이 있다.
그때마다 마음은 환해졌고 조용한 산길도 개망초만 있으면 눈부셨다.
멀리서 보면 흰 물결처럼 흔들리고,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하얀 꽃잎들 사이 노란 꽃심이
속삭이듯 앉아 있다.
보랏빛 수줍은 봉오리는
마치 첫사랑의 서툰 입맞춤 같다.
구한말 철도가 부설되던 때,
침목을 따라온 씨앗이 철도를 따라 전국에 퍼져 하얀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번식력이 강해 밭농사를 망친다고 미움을 샀고,
사람들은 나라를 망하게 한 풀이라 '개망초'라 부르며
혀를 찬다.
이름마저 서러운 이 작고 여린 풀꽃은 참 효능이 많다.
해열, 해독, 위장을 달래고,
당뇨에도, 눈에도, 피부에도 좋다.
이른 봄
산책길에 한 줌 꺾어와 무쳐 먹으면
쌉싸름한 맛은 입안 가득 싱그러운 봄을 데려온다.
망초와 개망초는 좀 다르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덜 번지고, 뽑기 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억울한 이름을 달고
길가에서, 들판에서,
소리 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오늘 아침도,
나는 그 여린 꽃송이 하나와 눈을 맞춘다.
“니 이름, 참 서럽지?”
조용히 묻고 나면,
꽃잎을 지나가던 바람이 하얗게
웃고 있다.
- 개망초 꽃말 -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