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호박벌

by 보리

호박벌



날개는 너무 작고

몸은 너무 무거워

작고 둔한 날개는

하늘을 허락받지 못했다.



부서지듯 떨리는 날갯짓에

허공이 흔들리고

꽃의 속살을 더듬으며

찬찬히 너의 시간을 꿰맨다.



작은 날개로

봄의 문을 여는 너를 보면서도

나는 그저 덧없는 욕심으로

제자리만 맴돌았다.



꽃 향기 따라

떨리는 날개로

하루의 무게를 접을 때

네가 머문 꽃잎 위에

드문드문 바람이 앉아있다.



네가

무거운 몸을 달래며

진득한 사랑을 모으는 동안에도

나는

하루를 어디다 놓아야 할지 몰랐다.



나는 종종 묻는다.

나도 날 수 있을까,

내 안의 무거움을 털어내고

높이

떠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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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날갯짓은 하루를 보내는 사랑이다.


너는 낮은 곳에 앉아

높은 시간을 만든다.


나는 높은 하늘을 보며

낮은 마음으로 하루를 견딘다.


네가 옮긴 꽃가루가 열매가 되고

내가 옮긴 말들이 허공에 멈춘다.


오늘 아침,

봄을 지나 돌아온 너처럼

나도 남은 그리움으로

말을 고르고,

혼잣말을 꿀처럼 휘젓는다.


너는 가장 부지런한 빛을 일궈내고,

나는 그 빛을 향해 얼굴을 든다.


단 하루 일용할 양식을 위해

부지런히 날갯짓하는 너를 보며

부끄러워진다.


내가 보내는 하루가

너무 느슨하고 무거워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했다.


너는 꿀벌과 달리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여왕벌 하나만을 남기고

욕심 없이 사라진다.


산다는 건

날 수 없음에도 날려는,

또 날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끝없는 날갯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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