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미역국

by 보리

미역국



생일이라고

엄마는

말없이 바다 냄새를 퍼 올려

내 앞에 놓아주셨다.



당신이 가장 아팠던 날이

내 생일이었다는 걸

자식을 낳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무너진 하루 끝

미역을 불리면

한 줌의 말라붙은 시간이

물에 닿아

생의 기억을 풀어낸다.



오늘 아침,

하늘에서도

엄마는

미역을 헹구고 계실까.



숟가락을 들 때마다

소금기 어린 기도가

등을 토닥이고,

묵은 위로가

가느다란 실핏줄로 돋아나



나는 아직도

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태어나는 중이다.


미역국2.jpg





생일이면

꼭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시대를 살았다.


엄마가 끓여준

생일 미역국을 먹을 땐 몰랐다.

그날이,

당신이 가장 아팠던 날이라는 걸.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언제까지나

엄마가 끓여준 생일 미역국을 먹을 줄 알았다.


누군가의 딸이

또 다른 누군가를 낳고,

그 아팠던 날을 기억하며

다시 끓이는

뜨거운 미역국.


미역을 물에 담그며

나는

엄마를 꺼낸다.


그리움이 국물이 되어

피워 올린 뽀얀 김에 물기를 감춘다.


뜨거운 국물에 떠오르는 그리움을

한 숟가락 퍼넣으면


힘내서 살아보라고

입안에 퍼지는 바다의 맛은

등 떠밀 듯 따스하다


엄마의 바다가 천천히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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