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미역국
생일이라고
엄마는
말없이 바다 냄새를 퍼 올려
내 앞에 놓아주셨다.
당신이 가장 아팠던 날이
내 생일이었다는 걸
자식을 낳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무너진 하루 끝
미역을 불리면
한 줌의 말라붙은 시간이
물에 닿아
생의 기억을 풀어낸다.
오늘 아침,
하늘에서도
엄마는
미역을 헹구고 계실까.
숟가락을 들 때마다
소금기 어린 기도가
등을 토닥이고,
묵은 위로가
가느다란 실핏줄로 돋아나
나는 아직도
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태어나는 중이다.
생일이면
꼭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시대를 살았다.
엄마가 끓여준
생일 미역국을 먹을 땐 몰랐다.
그날이,
당신이 가장 아팠던 날이라는 걸.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언제까지나
엄마가 끓여준 생일 미역국을 먹을 줄 알았다.
누군가의 딸이
또 다른 누군가를 낳고,
그 아팠던 날을 기억하며
다시 끓이는
뜨거운 미역국.
미역을 물에 담그며
나는
엄마를 꺼낸다.
그리움이 국물이 되어
피워 올린 뽀얀 김에 물기를 감춘다.
뜨거운 국물에 떠오르는 그리움을
한 숟가락 퍼넣으면
힘내서 살아보라고
입안에 퍼지는 바다의 맛은
등 떠밀 듯 따스하다
엄마의 바다가 천천히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