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피로한 밤, 아빠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겨우살이 차를 마신다. 티비는 그저 배경음악. 때론, 그냥 그냥, 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왜?" "왜긴~ 얼굴 좀 보게에엥~~" 방에 쏙 들어가지 않고 뜨거운 물을 끓이고, 친구의 연락처를 찾아 '페이스톡' 버튼을 누를 땐 약간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다 곧 용건 없는 움직임이 내준 치유력을 맛본다. 이유 없이 곁을 비워둔다. 내 품 밖의 것들, 아직 오지 않은 내일만을 기다리지 않는 거다. 아끼지 말자. 오늘의 마음은 오늘 다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