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暴風)이 몰아치는 밤,
나는 지쳤는데도..
기어코 장롱(欌籠)문을 열고
그 안으로 숨어들었다.
잠시 후, 비가 세차게 퍼붓고
번개가 내린다.
그래, 나는 언제나 이 곳을 떠나오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떠나가기 위해
머무는 건지도 모른다.
세월(歲月)이 쌓인 이불들에서는
케케묵은 향기가 피어난다.
내 어머니 머리에도 하얗게 고운 서리가 내렸다.
나이의 향기가 저녁마다 피어오르고,
시련(試練)에 감긴 두 눈이 매일 난 애처롭다.
떠나오기 위해, 떠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가.
너무 많은 자책(自責)과 생각들이
어렴풋 희망을 들고 오지만,
나는 약았고 그래서 안다.
조금만 지나면
이 폭풍 또한 잠잠해지고 말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