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익의 늪에서 벗어나 혁신과 자생력을 되찾아야 할 때
스타트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그 기회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혁신의 산물이다.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빈틈을 채우고, 새로운 산업 지형을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는 대기업의 투자 중심 전략과 단기적 엑시트(exit, 투자 회수) 목표로 인해 본연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의 3세·4세 경영자들이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며 생태계를 확장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대규모 자본 유입은 스타트업이 초기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투자에 의존하는 스타트업 중 일부는 자생력보다 엑시트를 목표로 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적자를 감수하며 기업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장기적인 기업 성장보다 상장사 매각을 염두에 둔 단기적 접근이다. 결과적으로, 금리가 급등하고 불경기가 닥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매출과 수익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진정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는 어디에 있을까? 애플, 테슬라,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특정 기업의 투자나 지배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키웠다. 이들은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엑시트’가 아닌, 지속 가능성과 사회 변화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타트업이 본연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사회를 혁신하고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창업자들에게 단순히 ‘빠른 성공’이 아닌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와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한 뒤 인수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통제하려는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대신, 스타트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의 혁신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혹독한 시기다. 하지만 위기는 곧 변화와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엑시트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정부와 투자자, 대기업 모두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며 지원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스타트업은 단기적 성과를 넘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