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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기술

스마트폰을 닫듯,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쏭저르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느려지고 버벅이는 순간이 있다.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하거나, 기기를 오랜 시간 켜둔 탓일 때가 많다. 그럴 때 어플들을 모두 종료하고 스마트폰을 한 번 껐다 켜면, 기기가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화면도 부드럽게 넘어가고, 다시 처음처럼 잘 작동한다.


최근 긴 휴가를 얻으면서, 마치 스마트폰을 재부팅하듯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을 기회를 가졌다. 좋아했던 동네 식당을 다시 찾고, 그동안 미뤄뒀던 식재료나 주방용품도 새로 마련했다. 틈틈이 낮잠도 자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있다.


책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아예 꺼두고 책에만 집중하니, 오랜만에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이 있다. 이런 여유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놓치기 쉬운 내 감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물론 사람들과 만나 에너지를 얻는 시간도 소중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 한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돌보고, 내 마음속을 살피고, 앞으로의 삶을 천천히 그려보는 것이 이번 휴식의 핵심이다.


요즘 세상은 정치적 이슈와 복잡한 사건들로 소란스럽다. 그 속에서 잠시 발을 빼고, 나와 내 삶에만 몰두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모두 닫고 전원을 꺼서 새로 시작하듯, 우리도 가끔은 모든 외부의 소음을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휴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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