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있는 기계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하여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딱히 자동차 정비를 좋아한다거나, 속도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기계가 아니라 기술이 집약된 하나의 IT기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 자동차 리뷰를 찾아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어느새 내 구독 목록엔 차와 관련된 채널이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국내 채널을 넘어 해외 채널까지 보게 되면서 기술력의 차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를 비교해보는 일도 흥미롭다.
나는 지금 10년 가까이 된 세단을 타고 있다.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워낙 다양한 리뷰를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금세 질리게 된다. 요즘 리뷰는 워낙 꼼꼼하고 디테일해서인지, 오히려 소비욕구가 가라앉는 기분마저 든다. 아마도 한번 차를 사면 오래 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차를 사고 나면 금세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모델이 쏟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연비 좋고 가족이 편하게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 SUV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엔 ‘드림카’가 있다. 내 드림카는 그리 화려하거나 비싼 차는 아니다. 수년 전, 일산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직접 타봤던 BMW 3시리즈 투어링. 웨건 스타일의 차에 뒷유리창이 딸깍 열리는 구조가 인상 깊었다. 마치 유럽의 긴 여름휴가처럼,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실은 채 바닷가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차였다.
물론 지금 내게 맞는 차는 현실적인 SUV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늘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작지만 재빠르고 실용적인 차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작은 BMW를 몰아보는 게 내 오랜 바람이 되었다.
인생은 늘 현실과 소망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SUV를 타게 되더라도, 나만의 드림카를 품고 있는 마음이 삶을 조금 더 설레게 만든다. 언젠가의 가능성을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이유로 차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