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모금의 전략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대학의 예산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강의실 하나를 첨단 환경으로 리노베이션하거나, 기금교수를 해외에서 영입하는 데에도 수억 원이 투입된다. 그만큼 대학은 소액 기부보다는 고액 기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액 기부는 단순한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제안을 들고 찾아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부터가 전략의 시작이다. 이 전략의 출발점이 바로 기부자 프로파일링이다.
기부자 프로파일링은 말 그대로, 잠재기부자에 대한 체계적 정보 수집과 분석을 뜻한다. 이름과 직책만 알아서는 아무런 전략도 세울 수 없다.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의 기부 여력을 갖췄으며, 대학과는 어떤 접점을 맺고 있는지까지 파악해야 한다. 보통 프로파일링은 세 가지 정보 축으로 구성된다: 개인정보, 자산정보, 활동정보다.
개인정보는 생년, 학력, 경력, 소속 조직 등 기본적인 이력이다. 언론사 유료 인물정보를 통해 확보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기사나 인터뷰를 통해 보완한다. 특히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이나 관심 분야는 향후 기부 제안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
자산정보는 기부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다. 해당 인물이 보유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기업이 있다면, 매출과 순이익, 영업이익, 사회공헌비 등을 통해 기업의 규모와 기부 문화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5억 원 이상 고액 연봉 수령자가 명시되기 때문에 임원의 보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비상장사는 연봉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므로, 지분 구조, 부동산 보유 내역, 기부 이력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력을 판단해야 한다. 또한 상장사의 경우에는 종가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계산할 수도 있다.
활동정보는 해당 인물이 학교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동창회 참여, 학교 행사 참석, 기념식 언급, 관련 기사나 인터뷰 등에서 대학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을 가늠할 수 있다. 기부는 감정과 인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활동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수집된 정보는 단순히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통 하나의 프로파일은 5~10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되며, 최근 기사나 기업공시 등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수정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이 문서는 총장이나 리더십, 또는 기부 제안을 주도하는 실무팀이 활용하는 전략 자료가 된다.
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므로 보안 관리도 중요하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저장하고, 접근 권한이 있는 인원만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불어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잠재기부자 리스트를 만들고, 접촉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전략적으로 접근 대상을 선별한다.
기부자 프로파일링은 단순한 자료 수집 업무가 아니다. 검색 능력뿐 아니라, 정보를 구조화하고 해석할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무엇을 제안해야 할지 판단하는 능력은 경험과 전략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 업무는 근로학생이나 인턴이 아닌, 실무자가 직접 맡아야 한다.
고액 기부는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로 움직인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전략으로 바꾸는 사람만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기부 제안의 성패는 사람을 읽는 정보에서 출발한다.
기부자 정보는 많아질수록, 그리고 디테일해질수록 고액 기부의 가능성도 커진다. 한 번 만든 리스트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략 문서로써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와 시장, 그리고 기부자의 동선에 맞춰 정보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대학 모금은 결국 전략의 문제이고, 전략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워진다. 그 데이터의 출발점이 바로 기부자 프로파일링이다. 조용하고 치밀한 이 작업이, 언젠가는 큰 기부로 이어지는 가장 강력한 시작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