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제 오랜만에 지인과 저녁식사를 했다. 언론사에서 편집장을 오래 하셨고, 이후 인터넷 언론사를 창립해 운영했다. 지금은 한 기업의 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창립 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회사를 만들고 5년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다. 조직 안에서 작은 책임을 지는 일도 쉽지 않은데, 법인을 세우고 사람을 고용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은 훨씬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고등학교 시절 스치듯 알았던 동기의 선술집에 들렀다. 내가 부모님과 살던 동네에서 가게를 열고, 벌써 5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단골도 생기고, 주변에서 장사하는 후배까지 챙기고 있었다. 익숙한 골목에서 자리를 지키며 자기 속도로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자연스럽게 비교됐다기보다는, 자기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단단한 기운이 크게 다가왔다.
5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아이로 치면 유치원에 다닐 나이쯤이다. 부모 손을 놓고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 갈 수 있는 정도의 성장. 회사 생활조차 5년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시대에, 스스로 만든 자리에서 그 시간을 버틴다는 건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그들의 시간을 떠올리며 나도 생각하게 됐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고단함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었다.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티는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나 역시 증명될 수 있을까. 여름 바람은 더웠지만, 돌아오는 길의 머릿속은 오히려 선선해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