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의 삼각형 칼집과 지금의 땡모반 사이
어릴 적 수박 한 통을 사는 일은 과일 파는 트럭이 동네에 들어설 때 가능했다. 과일가게는 비싸기도 했고, 수박은 너무 무거워 가까운 곳이 아니면 들고 오기 어려웠다.
그 시절엔 수박을 맛보고 살 수 있었다. 가게 주인이 칼로 삼각형 모양을 내주면 한입 먹고 고를 수 있었다. 정이 있었고, 맛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쿠팡 같은 쇼핑몰에서 수박을 산다. 수박 크기에 딱 맞는 박스에, 공기층이 든 비닐 쿠션까지 갖춰져
흠 하나 없이 집 앞에 도착한다. 고를 수는 없지만, 맛이 없거나 상태가 안 좋으면 사진 한 장으로 환불이나 교환이 가능하다. 편리함은 높아졌지만 어딘가 정은 덜한 느낌이다.
요즘은 수박을 사면 바로 조각을 내서 타파통에 담는다. 작게 나눈 수박 조각을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든든하다. 덥고 지친 날, 얼음과 함께 믹서기에 갈면 동남아에서 먹던 땡모반 같은 시원한 음료가 된다.
한여름은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서인지 “시원하다”는 말을 가장 자주 하게 된다. 에어컨 바람이 있는 카페에 들어설 때, 냉장고에서 막 꺼낸 수박을 한입 베어 물 때 그렇다.
올여름도 몇 번쯤은 수박을 사서 먹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바람 선선한 가을이 찾아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