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건 날씨지, 나 자신은 아니다
철산역 폴바셋 2층에 앉아 있으면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가 많다. 창 너머로 멀리 비행기가 지나간다. 제주에서 김포로 들어오는 비행기다. 예전엔 저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 나는 그저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좋다. 커피의 신맛이 입안에 머물고, 아무 말 없이 멍하니 바깥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들어 좋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산다. 날씨는 늘 바뀌는데, 나는 그대로인데, 그 변화에 따라 내 기분까지 요동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하늘 위를 비행기가 지나간다. 여름 날씨는 이제 스콜처럼 쏟아지다 금세 햇빛이 내리쬔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마음을 단정히 붙들고 있는 일, 결국 그건 내 몫이다. 오늘 오전엔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창밖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면, 사실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가, 다시 아이패드로 좋아하는 영상을 보다 말고, 갑자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싶어져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이 좋다. 흐름을 따라가고, 마음이 닿는 데로 움직이는 자유.
집에 있으면 해야 할 일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청소해야 하고, 빨래도 널어야 하고, 정리해야 할 것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카페에 나오면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은 사라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떠오른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내 자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음은 충분히 쉬어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