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세 번째 여름

슬픔 속에서 찾은 설레는 순간

by 쏭저르

벌써 8월이 중순을 넘기니,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장마답게 집중해서 비가 내리는 날은 드물었고, 하루는 덥고 다음 날은 비가 오기를 반복했다. 그런 날씨에 조금씩 지쳐가는 게 요즘의 여름 같다.


공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오래된 영화를 꺼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처음 본 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두 번째 본 때는 또렷하다.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했을 때였다. 후지마루호의 작은 극장에서 매일 밤 10시쯤 영화를 상영했는데, 그날도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끌고,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프로그램 하나쯤은 참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두 번째였지만, 그때도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세 번째 관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말을 알고 있으니 장면 하나하나가 더 세밀하게 보였고, 감정도 더 크게 다가왔다. 오늘은 죽음을 앞둔 한석규보다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심은하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행복해하던 그 표정.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설렘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라기보다 실제처럼 느껴졌다. 그 장면 하나에 마음이 말랑해졌다.


지치고 힘들던 그때의 두 번째 관람, 그리고 여전히 더위에 지친 오늘의 세 번째 관람.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슬프고 덤덤한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설레고 기분 좋은 순간을 찾게 되는 건 나이가 든 덕인지, 아니면 여러 번 본 영화가 주는 선물인지 모르겠다. 결국 어떻게 보고 살아갈지, 무엇을 볼지, 어떤 감정으로 지낼지가 어른의 삶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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