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살아보세' 프로젝트의 서막
100일 동안 글 쓰는 챌린지를 끝낸 후, 나는 내 예상보다 더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 바로 새 목표를 잡았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핑계가 생긴 덕분에 1달 반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반팔 입을 때 챌린지를 끝내놨는데 지금 패딩을 꺼내야 할 날씨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세상에. 일단 그 핑계에 대해 (나를 위한) 나름의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이유로 회사 내부에 파벌싸움이 심각해졌다. 급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으로 인해 내부가 시끄러웠는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어 버렸달까. 그게 나와 무슨 상관? 사실 윗분들만 싸우면 될 일인데 괜한 직원들까지 불려 다니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나는 심으로 그들의 싸움에 관심이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도 윗분들에게 몇 번 불려 갔고, 그에 따른 정신적 피로도 상당했다.
그 때문일까. 10월에 일주일, 11월 현재 일주일째. 감기 몸살 때문에 말 그대로 앓아누워버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머리가 멍해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년에 한 번 아픈 것도 손에 꼽았던 나인데 연속적인 느낌으로 감기에 걸리자 오히려 내 주변에서 더 당황해했다. 갈라진 목소리를 들은 동료들이 또 감기에 걸린 것이냐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기침할 때마다 골이 울리고 어지러워서 결국 하루는 출근도 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의 피로도가 높아지니 기껏 예쁘게 정리해 놓은 방도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만큼의 열정이 솟아오르지도 않고 움직이는 것이 너무 큰일이 되어 버렸다. 방을 치우지 않고, 지저분한 공간에서 건강이 좋아질 리 없다. 현타가 와버린 지친 몸과 마음에 자책이 바위처럼 나를 내리눌렀다. 완벽한 악순환이었다. 더 나쁜 것은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나름의 소확행을 즐겼더니, 현재 내 통장 잔고 상태는 최악이다.
그렇게 내내 누워있던 주말. 아프고 돈도 없지만 배는 고팠기에 오랜만에 계란 프라이 2개가 올라간 상추 비빔밥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언젠가 이 음식을 주제로 글을 썼던 것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내 머리를 후려쳤다. 잘 살리라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인가? 그리고 엉망이 된 내 생활에 점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다 X 되겠는데?
예쁜 말을 쓰고 싶지만 저것 이상의 리얼한 감정을 나타낼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 엉망이 된 생활을 잡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부랴부랴 내 정신부터 수습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아사리판이 따로 없었다. 정제되지 않은 생활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시 재정비하는 것이 요원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단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나의 '제대로 살아보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