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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21. 2019

재활용의 세계관

문득 각질 제거기를 사다 생각했다. 종이와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포장지. 이것의 재활용 최종 목적지는 종이인가 플라스틱인가. 딱히 고민했었던 적은 없었지만 공부가 필요한 부분임에는 분명했기에 찾아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재활용 분리수거는 "진짜"가 아니었다. 


반성의 의미로 과거 내가 저지른 소위 "재활용 분리수거"의 행태는 어떠했는지 알아보자. 


컵라면을 먹었다. 내용물이 남았을 경우 내용물은 버린 후 바로 일반 쓰레기 통으로 골인. 우유 혹은 주스를 먹었다. 다 먹은 후 바로 재활용 통에 골인. 비닐류? 일반 쓰레기 통 직행. 가장 난감했던 부분은 회사에서 점심 배달을 시켰을 때이다. 과거, 음식을 시키면 보통 다회용 그릇에 배달이 되어 그 그릇을 회수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플라스틱 통의 보급으로 인해 간편하게 플라스틱에 음식물을 담아 비닐을 덮은 후 열처리를 해 배달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많이 온다. 플라스틱 통이. 정말 많이 온다. 하나에 담아도 될 것 같은데 많이 먹으라는 식당 측의 배려인지, 나눠서 참 많이도 온다. 그만큼 비닐류도 많이 온다. 음식물만 따로 처리하고 플라스틱은 재활용 통에, 비닐은 주로 일반 쓰레기 통에 버린다. 


이 얼마나 화끈한 여자였단 말인가 과거의 나는.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삶을 살며 쓰레기를 줄이기로 마음먹은 후, 아득해지는 기분을 참 여러 번 겪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음식물이 담겨있었던 통을 재활용할 땐 무조건 씻어야 한다. 컵라면의 경우, 보통 스티로폼 혹은 종이류의 몸통과 비닐류의 뚜껑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는 분리해서 재활용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우유 혹은 주스 통 역시 다 마신 후, 비닐로 된 라벨지를 뜯어내어 비닐로 분리수거해야 한다.(당연히 플라스틱 통은 한번 씻어줘야 한다.) 샴푸나 식기 세제와 같은 펌핑식 용기는 펌프를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이번에 배운 것인데 택배 요정들이 택배박스를 버릴 땐 꼭! 테이프를 제거한 후 버려야 한다. 배달 음식을 먹었을 경우, (물론 안 시켜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그 배달음식 통이 비닐로 덮여 열처리되어 있을 경우, 이를 완전히 뜯어내어 분리 배출해야 한다. 스프링 공책의 경우 스프링도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재활용에 대해 알아보며 막막했던 점이 많았는데 "내 손 안의 분리배출"이라는 어플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재질 별로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었고, Q & A 란이 따로 있어 애매한 부분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분류별로 혹은 이름별로 찾아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 지도 나와 있어 굉장히 애용하고 있다.


재활용 분리수거. 이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심도 있는 작업이란 말인가. 알면 알수록 굉장히 촘촘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소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재활용이라는 소설 속 이를 성공하기 위한 주인공이 되어 지구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들과 그들이 가진 케미스트리,  진행될수록 더 깊고 넓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니, 이를 이뤄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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