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이후, 오후 2시부터 4시 까지는 나에게 혼돈의 시간이다. 졸려, 일하기 싫어, 집에 보내줘, 나 일(혹은 말) 시키지마, 그래서 어쩌라고, 날 내버려둬 등등. 직속 상관 및 사장님이 싫어할 만한 생각을 잔뜩 하며 버틴다. 이렇게 버티다 안되면 그 때 필요한 것이 달콤한 간식. 이 때 출출하기 까지 하면 금상첨화. 편의점 갈 구실은 완벽하게 갖춰졌다. 다행히 사무실 바로 옆 건물에 편의점이 있어 하루에 한 번 편의점 방문 도장은 필수였다. 얼마 전까지는.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이후, 과자 및 초콜릿 포장이 이렇게 과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 봉지 과자를 제외하고, 비닐 안에 플라스틱은 기본. 그 안에 또 비닐 포장지로 구성된 패키지가 대다수였다. 가끔 외근 다녀오신 분 들이 사무실에 과자를 사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먹고 난 이후 쓰레기 정리를 하며 새삼스레 놀랐다. 과자 초콜릿뿐 만이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주변엔 점심을 해결할 만한 식당이 많이 없다. 정말 근처 3-4 곳을 요일 별로 돌아가며 방문 하다가 가끔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 혹은 샌드위치 그리고 컵라면을 사먹곤 했다. 먹고 난 뒤, 쓰레기를 정리하며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이거, 쓰레기 양이 너무 지나친데?
편의점 음식들을 점심으로 먹고 나면 비닐, 종이, 플라스틱 등 종류별로 쓰레기가 나온다. 심지어 음식물이 묻은 것들은 재활용 가치가 사라지니 닦거나 헹궈줘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활용으로 내보낸다 하더라도 이것들이 쓰레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이건 아니었다. 양이 너무 많았다. 대책이 필요했다.
깨달은 직후, 도저히 예전처럼 지낼 수가 없었다.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도 편의점으로 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까지 의식되기 시작했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달달한 게 생각나면 텀블러를 들고 근처 별다방으로 달려가 최대한 단 것을 주문해 마신다. 음료만으로 출출한 것을 없앨 수는 없어 집에서 만든 훈제 계란이나 과일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점심 도시락도 챙기기 시작했다. 원래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녀서 크게 무리되지 않는다. 도시락통 설거지 하는 것이 쓰레기 정리하는 것보다 마음도 편하고 손도 많이 안간다. 복잡하고 힘들어보이지만 가장 복잡하지 않고 힘들지 않고 간편해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간편한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