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베번의 책 [ 노 임팩트 맨]은 뉴욕에 사는 한 가정이 1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삶을 사는 분투기를 다룬 책이다. 읽은 후 꽤 감동을 받았던 책이라 언젠가 이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싶었는데, 작가가 던진 질문 중 하나로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코를 풀까?
그 동안 그리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어렸을 적 비염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이고 가끔 코가 답답하면 화장실에서 해결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감기에 걸렸다. 건강 체질이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된 후 감기에 걸린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역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작년에 여름감기로 2주 동안 고생한 이후 이번 봄 환절기에 또 감기에 걸렸었다. 무려 독감이었다. 열은 39도까지 올라가서 정신은 없고 땀은 나는데 으슬으슬 춥고 결정적으로,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신체가 내 의지에 반해 움직이는거야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콧물 때문에 난감한 적은 단언코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데 내 차례 오기 전, 콧물 때문에 말을 못하면 어쩌지 걱정한 것도 처음이었고, 밥을 함께 먹을 때 앞사람이 나때문에 불쾌하면 어쩌나 고민한 것도 처음이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이것을 해결하는 것도 나에겐 곤욕이었다. 점점 글이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지만, 계속해서 이걸 그 어느 청결 도구 없이 해결하기엔 너무 더럽기도 하고 내가 힘들기도 해서 일단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 전, 손수건의 용도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페이퍼 타월 대신이었고, 아이스 음료를 마셨을 시 책상에 남겨진 물방울을 정리하는데 사용해 왔었다. 아,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입가를 정리하는 용도로도 사용해었다. 하루에 손수건을 사용하는 빈도는 많지만 굳이 여러장의 손수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다. 한 장만 가지고 그 험난한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 손수건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손수건의 양은 정해져 있었고, 결국. 티슈에 손을 대고 말았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던 그것을 흘리던, 으레 티슈 한통을 다 썼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센텐스인지 손수건을 사용하며 알게 되었다. 커피를 흘렸을 때 손수건이 있었다면 한번 슥 하고 닦으면 되는 것을 티슈를 미친 듯이 뽑는(팍팍팍팍팍팍), 물티슈 또한 과하게 사용하는 옆 책상 여직원의 모습을 보며 그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양의 티슈를 남용(오용도 말이 될 듯 하다) 하였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물티슈는 자연 분해 되는데 약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도 반성해야 한다. 내 입가를 정리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직도 식당에서 난 티슈를 사용하고 있다. 그 외 무의식 적인 곳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겠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다 보면 포장되어 있지 않는 손수건을 파는 곳이 굉장히 많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간단한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