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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5. 2019

손수건 연정

콜린 베번의 책 [ 노 임팩트 맨]은 뉴욕에 사는 한 가정이 1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삶을 사는 분투기를 다룬 책이다. 읽은 후 꽤 감동을 받았던 책이라 언젠가 이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싶었는데, 작가가 던진 질문 중 하나로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코를 풀까?


그 동안 그리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어렸을 적 비염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이고 가끔 코가 답답하면 화장실에서 해결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감기에 걸렸다. 건강 체질이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된 후 감기에 걸린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역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작년에 여름감기로 2주 동안 고생한 이후 이번 봄 환절기에 또 감기에 걸렸었다. 무려 독감이었다. 열은 39도까지 올라가서 정신은 없고 땀은 나는데 으슬으슬 춥고 결정적으로,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신체가 내 의지에 반해 움직이는거야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콧물 때문에 난감한 적은 단언코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데 내 차례 오기 전, 콧물 때문에 말을 못하면 어쩌지 걱정한 것도 처음이었고, 밥을 함께 먹을 때 앞사람이 나때문에 불쾌하면 어쩌나 고민한 것도 처음이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이것을 해결하는 것도 나에겐 곤욕이었다. 점점 글이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지만, 계속해서 이걸 그 어느 청결 도구 없이 해결하기엔 너무 더럽기도 하고 내가 힘들기도 해서 일단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손수건의 용도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 전, 손수건의 용도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페이퍼 타월 대신이었고, 아이스 음료를 마셨을 시 책상에 남겨진 물방울을 정리하는데 사용해 왔었다. 아,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입가를 정리하는 용도로도 사용해었다. 하루에 손수건을 사용하는 빈도는 많지만 굳이 여러장의 손수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다. 한 장만 가지고 그 험난한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 손수건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손수건의 양은 정해져 있었고, 결국. 티슈에 손을 대고 말았다.


사진 출처 kinarino.jp


우리는 눈물을 흘리던 그것을 흘리던, 으레 티슈 한통을 다 썼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센텐스인지 손수건을 사용하며 알게 되었다. 커피를 흘렸을 때 손수건이 있었다면 한번 슥 하고 닦으면 되는 것을 티슈를 미친 듯이 뽑는(팍팍팍팍팍팍), 물티슈 또한 과하게 사용하는 옆 책상 여직원의 모습을 보며 그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양의 티슈를 남용(오용도 말이 될 듯 하다) 하였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물티슈는 자연 분해 되는데 약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도 반성해야 한다. 내 입가를 정리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직도 식당에서 난 티슈를 사용하고 있다. 그 외 무의식 적인 곳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겠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다 보면 포장되어 있지 않는 손수건을 파는 곳이 굉장히 많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간단한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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