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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27. 2023

30대 중반, 난생처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100일 100 글]79일, 일흔아홉 번째 썰 

어느 날 유튜브에서 미국으로 로드트립을 떠난 걸캠퍼의 영상을 봤다. 이 여행은 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그녀의 버킷리스트였다고 했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을 정리한 목록. 듣기도 많이 들어보고 간접체험도 꽤 많이 해봐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버킷리스트는 마리아나 해구 같은 존재이다. 존재의 유무를 알고 있으나 쉽게 갈 수 없는 그곳. 그렇다. 난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없다. 


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좋아하는 것은 있었으나 굳이 따지자면 호불호의 문제였고 특출 나게 좋아하는 것은 없었다. 간절하게 이건 꼭 하고 싶다! 싶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살았고, 그렇게 사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삶에는 목표가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럴 거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워낙 예민하고 걱정 많은 성격 탓에 온갖 스트레스를 곧이곧대로 받았다. 제대로 배출도 못하니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그래도 최근 터져버린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면서 시야가 조금씩 넓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건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도 아니고 나도 참 느리다 싶었다. 하지만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고 살아가는데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버킷리스트야 지금이라도 만들면 되는 문제였다. 근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이런 걸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조금 막막했다. 그래서 초록창에 버킷리스트를 쳐봤다. 많은 결과들이 보였지만 딱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인데 세계 일주는 너무 거창하게 느껴졌다. 


한참 고민 후 적은 1번은 바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대한민국 여행 일지 만들기. 운전을 시작한 후, 침대 머리맡에 전국여행지도를 붙여 놨다. 그 지도에 관광지가 3천5백 개가 표시되어 있는데, 나는 내가 방문한 모든 장소에 스티커로 마킹을 하고 있다. 현재 방문한 곳은 총 15곳. 처음 지도를 붙였을 땐 정보를 얻기 위함이 가장 컸는데 그냥 방문만 하고 끝나는 것이 몹시 아쉬워졌다. 


그래서 이후로 방문하는 곳에 한하여 가벼운 일지를 써볼까 한다. 짧으면 한 손의 시간에 꼽을 만큼, 길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글과 사진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영상으로도 남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방법에는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맞는 건지 조금 헷갈리는데 이게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질 것 같으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려고 한다. 예시들을 보니 몇 가지를 쭉 쓰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 같은데, 2번부터 다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난 내 버킷리스트 작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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