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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13. 2023

나는 발가락도 귀엽다

[100일 100 글]65일, 예순다섯 번째 썰 

나를 사랑해라. 나를 먼저 사랑해야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면 내가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몇몇 자기 계발서나, 인스타그램 명언 글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 몇 가지가 덧붙여져 있었다. 작은 목표를 반복적으로 성공하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라, 남과 비교하지 말자 등등. 그리고 나를 굉장히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이 문장이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자. 나를 칭찬해 주자? 나를 칭찬하라고? 그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그리 놀랍지 않게도, 나는 스스로에게 몹시 인색하다. 나에게 칭찬할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억지로 하나 찾으면 밝은 것? 하지만 최근 멘털이 무너져서 그마저도 실패했다. 암담했다. 해본 적이 없으니 칭찬할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를 칭찬을 해준다고 하기에 따라 해보려 했다. 물론 그 내용은 밈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차용했다. 그리고 장렬히 실패했다. 처음부터 잘못한 것이 나는 거울 속 나와 눈동자를 마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담이 아니라 겨우 4초 버텼다. 민망하고, 부끄럽고. 혼잣말하는 목소리도 오글거려서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실제로 위의 방법을 시행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싶다. 저 산만 넘으면 될 것 같은데 그 산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았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자책. 나는 왜 저런 것도 못할까 싶은 생각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했던가.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졌다. 우연히 발톱을 깎다가 내 발가락이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동글동글하고 발가락 끝만 살짝 붉은 것이 마치 아가 발을 보는 것 같았다(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온종일 내 밑바닥에서 버티는데 생긴 것도 귀여우면 어쩌지?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뿌듯했다. 칭찬에 성공한 것인지, 아님 칭찬할 만한 것을 찾아서인지. 어떤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뿌듯했다. 


한번 물꼬를 트니 댐을 방류하는 것처럼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듣기 힘들다고? 샤워를 할 때 물을 틀어놓고 중얼거려 보자. 내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은데 확실히 칭찬을 했다는 것이 머리에 남는다. 거울을 보면서 칭찬하기 힘들다고? 그럴 땐 알코올의 힘을 빌려보자. 용기를 내기에 그리 많은 양의 알코올은 필요치 않다. 프랑스인들은 식사를 할 때 와인 한잔을 곁들인다고 하던데, 딱 그 정도의 양이면 충분하다. 볼도 적당히 발그레한 것이 블러셔를 한 것 같은 효과도 볼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꽃받침을 하면서 웃어보자. 맨 정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예뻐 보인다. 


최후의 방법은 역시 발가락부터 칭찬해 보는 것. 내 하루의 무게를 온통 책임지는 주제에 귀엽기까지 하다. 이거는 반칙 아닌가. 그런 만큼 기특하고, 애틋하다. 아무래도 가서 예쁘게 씻겨줘야 할 것 같다. 뽀득뽀득 소리 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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