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by 송견

비가 세차게 내렸다.
비가 내릴 거라 예상하기 힘든 날씨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 없이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비를 맞으며 뛰어가기를 선택했다.
그중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도 있었다.
물론, 혼자 끌고 가진 않았다.
그 역시도 휠체어를 빠르게 밀며 달려갔다.
얼핏 보면 그 속도가 차를 추월할 만큼 빨랐던 걸로 기억한다.

혹시나 말하지만, 전혀 처량해 보이지 않았다.
휠체어에 탄 사람도, 밀며 달리는 사람도,
비를 맞는 그 순간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때 한 발치 떨어진 곳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휠체어를 향해 달려와 말했다.
“저기요! 제가 가방에 우산이 하나 더 있어서요.
이거 쓰세요!”

아름다웠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 집에 다 와서요. 우산은 괜찮아요.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역시 아름다웠다.

그 순간, 망원동의 그 길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가 됐다.
사랑이란, 아마도 그런 순간일 것이다.
어디에 있든, 그곳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들 덕분에,
오늘 하루 여러 사건으로 메말라 있던 내 마음이
거센 비를 맞은 듯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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