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손에 쥐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by 송견

책을 읽으며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그런데 형광펜의 뚜껑을 닫지 않고 손에 쥐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밑줄을 남발하게 된다.
괜히 모든 구절이 명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문득 옛말이 떠오른다.
망치를 쥐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생각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생각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내 행동과 판단이 결정된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좋은 생각을 하라’고
그토록 강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 생각은 넓은 들판에서 불어온 바람 같은 생각일까,
아니면 좁은 울타리 안에서 맴도는 생각일까.

형광펜의 뚜껑을 잠시 닫고
나의 생각을 들여다 본다.

작가의 이전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