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반가운 요청을 받았다. "생성형 AI 활용 논문 작성 특강". 작년에 대학원에서 스터디 나눔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식 강의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늘상 다니던 출강 주제가 아니라 새롭고 반갑다. 이 주제야말로 지난 수 년간 "덕질"하며 고민해 온 것.
그때의 슬라이드 중 대부분은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 이미 과거의 툴이 되었다. 새로운 툴에 탐닉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툴이 아니라 "틀"이 중요하다. 그 슬라이드 중 아직도 유효하다고 여기는 몇 장을 꺼내본다. 역시나 "틀"에 관한 것이다. 논문이란 합의된 "틀"에 맞추어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을 전개하는 논설문이다.
그렇다면 6월의 원고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이 안에 조테로와 옵시디언, 그리고 탬플릿, 및 기타 툴을 다루기는 어렵다. 처음 논문을 써 본다면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본다.
0. 연구문제 설정/방법/교사에게 용이한 방법
논문은 "감자"를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양식 vs 한식(양적연구 vs 질적연구)
하지만 이 감자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농부"다. 그 방법이 다소 투박하더라도.
이를 잘 살려볼 연구 문제와 연구 방법을 찾자.
미국에는 운전면허증(16세)을 따기 전 퍼밋(13세)이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면허증은 혼자 운전이 가능하지만 퍼밋은 보호자를 동반해야만 운전할 수 있는 것. 석사학위는 마치 이 "퍼밋"과 같다고 생각한다. 운전은 할 수 있지만 옆에 여전히 보호자(지도교수)가 있어야 한다. 운전면허증을 따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혼자 운전할 수 있다. 박사학위를 따면 혼자 "연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고 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석사학위에 집착하지 말자. 단 연구윤리는 똑바로 지키자.
1. 조테로 설치
내 분야의 학술지 pdf를 찾아 원문을 넣어 본다. 자동으로 서지 정보가 불러와지는 것을 경험한다. 밑줄을 긋고 읽어본다.
하루에 한 편씩 이렇게 읽어보는 "루틴"을 만들자.
조테로에 코멘트를 올린 다음 그 생각을 조합한다. 이 때 "논문봇", "딴지봇"의 도움을 받는다.
2. 연관된 학술지 찾기-researchrabbit
researchrabbit을 사용해 내 분야와 연관된 대가들의 "별빛"을 본다. 이 때 학술지도 눈에 익혀 둔다.
건전 학술지 시스템을 사용해 이 논문이 "믿을 만한", 즉 "기댈 만한" 논문인지 본다.
이 결과를 활용해 deep research를 활용한다. 이 학자들을 중심으로.
3. notebookLM 활용 영역별 제 2의 "뇌" 만들기
이번주 노트북LM이 업데이트 되어 폰으로 들어왔다. 직전에는 한국어 음성 기능 지원이 시작되었다.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 선별한 연구 중 내 논문에 쓸 것들을 영역별로 구분하여 넣어두고 출퇴근길에 듣는다.
노트북LM은 "출처 기반"으로 대화한다. 메모 저장도 가능하다.
4. (생략) 시간이 없겠다. 이러한 메모들, 생각들을 "옵시디언"으로 끌고 온다. 메모를 넣고 "태그"를 입힌다. 그리고 일상의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태그"하는 습관을 들인다.
4. 누적된 생각을 보며 다음을 고민한다.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정확히 무엇인가?
왜 이 질문이 지금 의미 있는가?
기존 연구들이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서 멈췄나?
내가 이걸 어떻게 채우겠다는 건가?
5. 이를 "논문의 구조"에 집어넣는다.
이 때 AI가 도움이 된다. 일단 핵심 아이디어가 있으면 문법, 어투 다듬는 건 뚝딱이다.
다만 프루프리딩은 필수이다. AI가 쓴 글은 티가 난다.
이 흐름으로 가져가보려 한다. 이 글을 임시저장해둔지 며칠 지나고 마침 어제 이 모임의 선생님들과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이 때 "옵시디언"을 간증했던 선생님께서 "이 도구는 아무리 써도 손에 익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반가운 소리다. 괜찮다. 내 손 안에 익숙한 루틴을 잡는 것이 최고다. 굳이 억지로 맞지 않는 도구에 내 루틴을 끼워넣을 필요가 없다. 다만 "논문"이라는 정해진 "틀"안에 내 생각을 끼워 맞추는 루틴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덧, 한 톡방에서 존경하는 모 박사님이 앞으로 논문의 가치는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100% 동의한다. 결국 논문이라는 것은 내 주장을 근거를 들어서 말 하는 것, 이전까지는 이 근거를 조합하는 것에 굉장한 품이 들어갔다면 이것이 일부 자동화되는 시대, 예전만큼 그 가치가 유지될지는 미지수이다. "진짜"를 찾기 어려워지는 세상. 내 목소리가 "진짜"인 힘을 가지려면 그 근거 또한 탄탄해야 할 일이다. 되짚어 본다. 내 틀은 과연 탄탄한가, 단단한 구조를 갖고 있는가, 거기 채워넣은 내용 또한 진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