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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Jan 12. 2016

궁전 여행 : 행복의 정의가 다른 사람들

삶의 속도를 늦추다

몇 년  전부터 야생화에 재미가 들리신 어머니는,  식물도감을 몇 권 사서 보시더니 길을 갈 때면 보이는  꽃마다 그냥 지나치시는 법이 없었다. 길옆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꽃도, 꽃 이름을 말하고 꽃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독일에 와서 얼마 안 되어, 장인 장모님과 함께 집 근처 작은 도시의 궁전을 가기로 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처럼 거창한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너무 별게 없었다. 조금 큰 저택 정도랄까?


"집이랑 궁전이랑 차이가 뭐야? 이건 그냥 좀 큰 집이 잖아?"

"문, 지붕, 창문 위를 잘 봐. 보통 집에는 저런 장식이 없다고. 너무 거창한 걸 기대했구나?"


김샜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궁전 앞에는 토마토, 바질 등 다양한 식물 묘목들을 팔고 있었고,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때는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모습을 본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궁전 정원 옆 한 구석에 작은 텃밭이 가꾸어져 있었는데, 한쪽 구석에 벤치가 있어 잠든 아들의 유모차를 잠시 세워두고 아내와 자리 잡고 앉아 쉬고 있었다. 텃밭은 가로 세로 5미터 정도 되었다. 그런데 텃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텃밭 옆에 한참을 서서 둘러본다. 종류별로 심어져 있는 향신료, 채소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이게 지나가는 몇몇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참을 서서 저러고 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다.


"뭐야? 저 사람들 뭘 보는거야? 무슨 할 얘기가 저렇게 많은 거지? 저건 그냥 시금치 같은데? "

"시금치도 종류가 많아. 한국처럼 마트에서 보는  한두 가지 종류가 아니야. 자기들 정원에 있는 시금치랑 비교해보는 거야."


야채 기르는 법, 거름 주는 법, 심는 법 등등 얘기 거리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같이 온 아이들도 똑같이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 게임이나 하고 있을 법한, 부모님이랑은 같이 다니지 않을 법한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저  어린아이들도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는 것인가? 이건 도대체 뭐지? 저게 왜 저렇게 흥미로운 거지?


앞뜰에 잘 꾸며진 정원도 아니고, 그냥 한 구석의 텃밭일 뿐인데, 사람들은 머물며 얘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장모님이 정원 한 구석에 어느 화단을 유심히 본다. 보라색과 흰색 두 종류로 꾸며놓았다. 뭘 보는 걸까? 나도 옆에 서서 한참을 같이 보았다. 내게는 그냥 꽃이었다. 색깔의 조화와 배치가 마음에 드신다고 한다. 나는 낼름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보니 그 느낌은 아니다. 금방 기억이 없어질까 봐 사진을 남기지만, 느낄 새가 없었으니 느낌은 이미 남아있지 않다.


8년을 한국에서 산 아내는 자기가 느끼기에 한국은 과도하게 entertained 되어 있는 사회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이런 작은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항상 흥분되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들은 이것이 행복인 것이다.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의 냄새를 맡고, 정원이 꾸며져 있는 것을 보며, 어떤 식물을 심을지 얘기하는 것이 이들의 행복인 것이다. 강에서 노를 저으며, 자전거를 타며, 달리며, 숨을 쉬고, 정원을 가꾸고, 공원에 누워 햇빛을 받으며 행복을 느낀다.



우리의 행복은 무엇인가. 핸드폰을 최신폰으로 바꾸고, 남들보다 좋은 차를 타고,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가서 인증샷을 찍고, 맥주는 그냥 먹으면 싱거워 하며 폭탄주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하게 웃는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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