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혜미 Aug 23. 2020

10. 최선의 가도를 달리는, 힙합보부상

유튜버 '힙합보부상'이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해야 되는 말'

송혜미(이하 ‘송’): 자기소개 부탁한다.

힙합보부상(이하 ‘힙’): 대구 화원읍에서 인천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Bottom to the Top을 하고 있는 힙합보부상 장범규이다.


송: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힙: 힙합 음악을 듣고 좋은 에너지를 얻어서 내가 지금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의 영상을 보고 누군가 필요한 정보, 동기부여 등 좋은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채널이다.


힙합보부상의 최선, 힙합보부상 챌린지
허클베리피가 바라본 힙합씬 I 힙합보부상 챌린지 1화 인터뷰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얼마 전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힙합보부상 챌린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힙: 여러 의미에 있어서 나의 도전을 보여주는 인터뷰 콘텐츠이다.


대마초,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주제로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다.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을 고민하다가 주제에 잘 맞는 인터뷰이를 섭외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도전이다. 그리고 요즘 같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 또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아무노래 챌린지’와 같은 챌린지가 참 많다. 음원시장을 노리고 하는 챌린지도 의미 있지만 ‘도전’이라는 말의 무게에 걸맞는 나만의 멋진 챌린지를 하고 싶었다.  


송: 프롤로그를 보면 어떤 분노가 쌓여있는 것 같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힙: 세상에 대한 화가 많이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꼭 망치를 들고 못을 찾아다니는 것만 같다. 이슈의 핵심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해결책은 찾지 않고 불필요한 경쟁구도만 만드는 것 같다. 내 안에 쌓여 있는 그런 화가 사람들과의 대화로 해결되지 않았다. 친구들도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내가 즐겨 소비하는 음악, 영화에서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나도 나만의 메시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만들 줄 아니 자연스럽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번 챌린지를 기획했다.


힙합보부상 챌린지 1화 마지막 영상 [에필로그]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최선을 가져왔으니 최소를 보여달라'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

힙: 밖에서 ‘영상 잘 보고 있다, 유명하다, 신뢰를 많이 쌓은 것 같다.’ 이런 응원과 칭찬을 많이 들었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물론 지금도 좋다. 그런데 종종 현실과의 괴리감이 들 때가 있다. 정작 온라인 상에서는 응원의 메시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없다. 영상을 잘 보고 있다면 댓글 하나 남기는 게 큰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징징거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니 내가 열심히 해온 건 맞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만들어왔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챌린지가 내 능력의 한계이다. 이 이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보여주고 있으니 댓글 하나로 잘 봤다는 최소를 보여달라는 의미이다.


이런 마인드에 영감을 받은 래퍼가 있다. 바로 JUSTHIS(저스디스)다. 그가 ‘2 MANY HOMES 4 1 KID’라는 앨범을 발매했을 때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기획하니 티켓이 안 팔려 공연이 취소되고 음반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렇게 화가 극강인 상태에서 MIC SWAGGER에 출연해 프리스타일 랩을 했는데 그 랩으로 JUSTHIS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 벌스 하나가 그 해에 가장 유명했다.


자기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었고 그게 잘 안됐을 때 이를 마주하는 저스디스의 태도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영감을 받아 이 문구를 만들었다.


책임에 대하여
힙합보부상의 새로운 시작, 힙합보부상 챌린지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크리에이터로서 어떠한 철학/책임감을 지니고 있는지.

힙: ‘이현준’이라는 래퍼가 ‘넉살’의 가사를 인용해서 쓴 가사가 있다.


‘나는 사랑받으려고 가사를 쓴 게 아니야, 내가 사랑했기에 내 시간을 썼단 말이야.’ –Like A Star 중


내가 영상을 시작했던 때를 되돌아보면 사랑받거나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지 않았다. 힙합을 사랑했기에, 래퍼들을 만나서 이야기 싶었기에 시작했다.


이 가사는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에너지를 줬다. 이럴 때 나는 영상이나 음악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임감이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힙합과 래퍼를 사랑해서 시작했기에 그 사랑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터뷰이를 인기의 도구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자극적으로 포장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산이가 MBC ‘킬빌’에 출연해 논란이 되었던 ‘I LOVE 몰카’ 사건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제작진의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몰카’라는 글자 위에 엑스 표시하는 부분을 방영하지 않으면서 산이는 엄청난 몰매를 맞았다. 제작진이 논란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했다면 정말 비인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송: 아티스트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힙: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영상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이 문제의 중심에서는 늘 책임감과 표현의 자유가 상충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과거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도 ‘예술의 심미주의적 관점과 도덕적인 관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몇 천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것을 보면 정의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아티스트가 책임감을 갖고 예술행위를 하더라도 그 범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과거에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주제를 지금은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대중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생각이 진보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에 표현의 자유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는 각자만의 정답을 갖고 각자 소비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영욱은 분명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나는 룰라의 노래가 좋아서, 혹은 고영욱의 목소리가 좋아서 룰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때 고영욱을 지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고영욱의 음악을 소비하는 나를 지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각자만의 정답이 있으니 그것을 소비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정답으로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송: 판단이 서툰 청소년에게 소비의 책임을 넘기기엔 위험하지 않을지.

힙: 그 부분을 아티스트가 책임져야 한다기보다는 학교에서 잘 교육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릎팍도사 신해철 편을 보면 세월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신해철이 무언가 주장할 때마다 사이렌이 울리면서 제작진의 의견과는 무관하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오는데 사실 지금 돌아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다. 이런 것을 보며 예술을 통제할 때 우리의 생각이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힙합보부상 인터뷰와 힙합보부상 챌린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힙: 중심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힙합보부상 인터뷰는 아티스트에게 중심을 두고 그들의 메시지와 음악성 등에 집중한다면 힙합보부상 챌린지는 나에게 중심을 두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이슈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송: 그 중심에 반드시 힙합이 있다고 볼 수는 없는데, ‘힙합보부상’ 챌린지인 이유는 무엇인지.

힙: 사실 장범규의 챌린지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는 다양한 활동으로 힙합을 할 수 있다. 힙합평론가 김봉현 작가님이 글로서 힙합을 하듯이 나는 영상으로 힙합을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의 나는 래퍼들의 영상을 그저 짜깁기 해서 업로드하는 힙합보부상이었다면 지금은 그들을 실제로 만나고 인터뷰하며 성장하고 있다. Bottom to the Top이라는 말 그대로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 게 힙합인 것처럼 내가 중심이 되어 좋은 영향을 끼치자는 의미에서, 영상에 굳이 힙합 음악이 나오지 않아도, 래퍼가 나오지 않아도 이 자체로 힙합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면 보부상처럼, 힙합보부상 인터뷰
힙합보부상 32화 차붐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힙합보부상에게 인터뷰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힙: 나는 대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차붐 형을 인터뷰했을 때이다.


인터뷰를 저녁 6시에 시작해 하다 보니 어느새 차가 끊겼다는 것을 알았다. 형이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기름이 떨어졌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차붐 형이 나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차가 멈췄다고 한다. 결국 차를 견인해서 집에 갔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이렇게 나는 이야기하는 것이 미쳐있다.


지금에 와서 힙합보부상 인터뷰 시절을 돌아보면 그 시간은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인터뷰이의 좋은 모습은 좋은 대로, 안 좋은 모습은 안 좋은 대로 모두 배울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이 무언가를 기획하고 보면 대부분 누군가의 삶을 다루는 방향으로 흐른다. 누군가에 대해 깊이 다루고 알아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힙합보부상 3화 QM & Noisemasterminsu 2부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인터뷰 시리즈의 과거의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힙: 열정이 넘치던 시기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무엇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힙합보부상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리곤 무작정 래퍼를 섭외해서 인터뷰 1화를 촬영했다. 당시 나의 섭외 요청에 응해주고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헝거노마에게 큰 감사함을 갖고 있다.


지금 보면 초창기 영상들의 퀄리티가 말도 안 되는데 대부분의 래퍼들이 퀄리티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고 흔쾌히 업로드를 허락해주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초창기 영상은 결과물로서 공개된 것 자체로 신기하다. 첫 번째 인터뷰이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던가 영상이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다른 것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로얄독)에게 힙합이 준 것 I 힙합보부상 챌린지 1화 인터뷰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더라면 지금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

힙: 이번 힙합보부상 챌린지 1화에 참여한 ‘로얄독’과 비슷한 대화를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내가 인터뷰를 시작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그가 양해를 구하며 한 컷만 더 찍을 수 있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열었다.


그는 ‘캠버스가 비싸다고 해서 그림 그리기를 머뭇거린다면 그 비싼 캠버스가 무슨 소용이냐’며 미숙하거나 별로더라도 당장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A to Z 발로 뛰어 일구어낸, 힙합보부상 자선공연
Photo by 백광대 (instagram @baek.kwangdae)


송: 자선공연을 홀로 기획해 성사시켰다는 점이 감명 깊다.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힙: 래퍼들의 음악을 모두 듣고 사전조사를 마친 후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인터뷰에 임했고 그렇게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팬들이 인터뷰를 좋아해주는 모습도 좋았다.


그런 과정에서 나 또한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무언가 만들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선공연을 꿈꾸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스폰서부터 라인업 섭외까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미루었다.


그러다가 Jaedal(재달)과 Jclef(제이클레프)의 단독 공연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들에게 감동해 눈물 흘리고 즐거워하는 관객들을 보고 나도 꼭 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히 평소 힙합보부상 인터뷰에 모자를 협찬해주던 Distancer Street에서 공연비를 흔쾌히 지원해주었다. 그 밖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다. 특히 라인업이 모두 돈을 받지 않았고 ‘네가 하자면 할게’라는 믿음으로 함께 해주었다. 그래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재달, Jclef, 차붐, 맥대디, 최엘비, 크루셜스타, 시로스카이, 곤드 그리고 기타 스태프로 도와준 친구들, Distancer까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너무 감사하다. 살면서 계속 갚아가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송: 공연비를 지원해준 Distancer Street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힙: 모자 사업에 뜻이 있던 시절, 마케팅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 ‘RANAYO’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팔로워가 100명 남짓한 별 볼 일 없는 페이지였는데 당시 넘치던 열정 하나로 모자 협찬사를 구했다.


정말 많은 모자 회사에 ‘일단 나를 만나면 생각일 바뀔 것이다.’라며 무작정 문의를 했다. 그때 디스텐서 형과 연이 닿았다. 형은 나를 열정 많고 귀여운 동생 대하듯 좋아해 주면서 내가 쓸 모자도 주고 모자 협찬도 해주었다. 그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공유하는 팔로워에게 모자를 선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나중에 힙합보부상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도 한 회당 모자를 다섯 개씩 협찬해주었다. 한 개는 인터뷰에 참여한 아티스트에게 선물하고 나머지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터뷰를 홍보해주는 구독자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형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래서 공연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때도 아무런 지시 없이 그저 나를 믿고 공연비와 모자를 지원해주었다. 유튜브 조회수 같이 눈에 띄는 성과로 보여준 게 없는데 늘 나를 지지해주어 너무 고맙다. 1할 치는 타자를 선발로 내세워주는 격이니 이제 홈런을 칠 일만 남았다. 형에게 고마운 일이 너무 많아서 두고두고 보답하고 싶다.


Photo by 백광대 (instagram @baek.kwangdae)


송: 자선공연을 기획하며 무엇을 추구하고자 했는지.

힙: 자선공연이긴 했지만 아티스트들이 직접 얻어가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거두어진 금액을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기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들도 무언가 꼭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인업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티스트가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연 한 달 전에 자리를 마련해서 친분을 갖는 시간도 가졌다. 서로 안면이 없으니 분위기가 어색해서 내가 주도를 해야 했다. 그 탓에 술을 많이 마셨지만 나중엔 아티스트들끼리 말도 하고 분위기도 좋아지면서 그들끼리 점점 친해졌다. 그 덕에 공연도 재미있게 마칠 수 있었다.


송: 기획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힙: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쉽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나는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 섭외, MC, 영상 등 모든 것을 컨트롤하면서 공연을 성황리에 잘 마쳤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더.이.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2화 -삶의 얼돼 현장-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보부상']


송: 다양한 시도의 콘텐츠가 흥미롭다. 특히 더.이.살.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직접 목격한 아티스트의 삶의 단면은 어떠했는지.

힙: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형들이 사는 것을 보면서 더욱 암담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촬영한 형들의 음악이 훌륭하고 인정받고 있는데도 저작권료로 몇십 원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니 씁쓸했다. Errday(얼돼) 형은 당시 정말 말도 안 되는 옥탑방에 살며 돈가스집,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솔이 형, 승환이 형은 남양주에 살았는데 시급이 적다 보니 아침마다 강남으로 넘어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갔다.


당시 형들이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얼돼 형은 산이 회사에 들어갔고 한솔이 형과 승환이 형은 차붐 형의 회사에 들어갔다. 형들을 보면 언젠가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다 같이 잘 되면 ‘이보다 잘 살 수 없다’를 만들자고 했다. 머지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삶에 관하여


송: 힙합보부상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힙: 나이가 들어 지금을 돌아봤을 때 철없던 20대의 도전으로 남기보다는 ‘힙합보부상’의 이름이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멋지게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는 것 같다.


송: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외로움이 있는지.

힙: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얻을 곳이 없다는 점이 외롭다. 홀로 이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위안이나 위로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문가나 피디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팩폭만 늘어놓는다. 가령, 콘텐츠가 마이너 하다고 조언한다. 그럼 마이너한 콘텐츠를 제작함에도 잘되는 유튜버를 알려 주면 대화를 이기기 위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이젠 그런 대화를 잘 안 하려고 한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해도 늘 답변이 비슷하다. 너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좋겠다고 한다던가, 유명한 누구를 만나보았느냐, 유튜브 수익은 얼마를 받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짜증 났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나였어도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그런 식의 대화를 이어나갔을 것 같다.


그래서 외로움을 극복할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에게 디엠을 보내서 커피 한 잔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김봉현 작가님도, 유튜버 Mellow beat seeker도 만났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면 뾰족한 대답을 얻지는 못하지만 좋은 에너지를 얻고 온다.


송: 보부상에게 힙합은 무엇인지.

힙: ‘멋’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만의 멋이 다 다르듯이, 힙합이라는 문화를 교과서처럼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잘하는 랩이어도 멋이 없으면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김봉현 작가님, 로얄독 모두 각자 나름의 힙합을 한다고 생각한다.



송: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힙: 계획이 많은데 전부 다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성취라는 요소가 추가되었다. 성취를 생각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들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가는 방향인지 생각해본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뮤직 비즈니스이다. 그걸 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밟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송: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지.

힙: 15 - 20살에는 5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인간적인 성장이 더뎠다. 그런데 요즘엔 1년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인간적으로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엔 습관을 들여 작업시간을 스톱워치로 잰다. 매일 무엇을 하는지 다 적어서 일반 직장인처럼 주 52시간 이상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리고 시간과 할 일을 적어둔 스케줄러를 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을 한다. 그렇게 더욱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송: 최근 고민이 있다면.

힙: 딱히 고민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영상이 어떻게 하면 잘될지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송: 꿈이 있다면.

힙: 동화 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려고 누웠을 때 다음 날이 기대되는 삶을 영원히 살고 싶다.

언젠가 재달 형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뇌가 퇴화하는 게 아니고 용기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 현실적인 고민이나 귀찮은 마음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기피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매일을 억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을 기대하며 가슴 뛰는 삶을 계속 살고 싶다.


송: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힙: 이번 계기를 통해서 인터뷰이의 입장이 되어보니 기분이 새롭다. 인터뷰를 할 때 간혹 아티스트들이 "인터뷰를 통해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번에 길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혜미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말을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혜미님이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꺼낼 수 있게 나의 지난 영상들과 행보들을 공부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하고 동시에 기분이 좋았다.


혹시 나를 통해 이 인터뷰를 여기까지 보신 분이 있다면 길목 프로젝트와 혜미님의 행보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드릴 것 같다.


작가의 음악적 시선
CIGARETTES AFTER SEX 앨범 커버 [출처: 멜론]


‘믿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바이러스로 세상이 각박해져가는 요즘이기에 이 세상에서 더이상 쓸 수 없는 단어인 것만 같다. 믿음을 생각하는 일은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더듬는 것 만큼 어렵다. 그래서 그가 자선공연을 준비했던 과정은 유독 울림이 크다. '네가 하자면 할게.'라는 굳은 믿음이 모여 마음 한켠이 훈훈해지는 공연이 완성되었다.


이렇듯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게 된다. 그는 ‘사람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에게는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잃지 않는 정이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한다. 그리고 솔직하고 즐거운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신뢰의 원천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 느껴지는 무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힙합보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열정이 있다는 것은 확신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열정이었다. 사람을 애정하기에 끊임없이 조사하고 궁금해하고 이야기한다. 유명인을 인기의 도구로 삼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사람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반증한다. 나는 그의 개인적이고 강력한 열정을 느끼고 공감하면서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믿음'이란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난 널 믿어."라는 말 속에는 나의 일부를 너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그가 경작해 온 '힙합보부상'이라는 이름과 채널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힙합보부상'은 어떤 일들을 이루어갈까.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의 선곡은 ‘Cigarettes After Sex’의 앨범 ‘Cigarettes After Sex’ 전체이다. '믿음'이란 그런 것 같다. 무엇을 들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 찾게 되는 음악,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다는 마음. 힙합보부상은 그런 마음을 들게 해주었다.


내가 믿는 음악을 들으며 '믿음'이라는 어려운 두 글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대하는 방식과 그 댓가로 보상받은 믿음을 돌이켜보며 나는 나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09. 두려움과 손을 잡을 때, JOONBU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