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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ssong Jul 21. 2024

자전거와 계절변화의 연관성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언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지 기억은 없다. 네 발 자전거를 시작으로 아빠가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는 오빠 자전거를 종종 빌려 타는 것 말고는 자전거를 즐겨 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멕시코 시티 여행을 하면서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시스템인 ‘Eco Bici’를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멕시코 시티는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갖추어져 있었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에는 나무가 많아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쨍한 해를 피할 그늘이 많다. 멕시코 시티는 약 해발 2,500m 고산 지대라 여름에도 전혀 습하지 않고 그늘 아래만 들어서도 쾌적하다. 그리고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도시 전체가 푸릇푸릇하고 알록달록해서 구경할 맛이 난다.

일요일 이른 오전부터 대략 오후 2시까지 차도를 막아 시민들이 조깅을 하고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운동할 수 있도록 쭉 뻗은 길을 터준다. 뿐만 아니라, 안전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자동차 신호를 통제한다. 차선의 제일 바깥 라인이 자전거도로인데 차도와 경계에는 보호 블록이 설치되어 있어서 옆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도 크게 위험하다거나 무섭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그리고 시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자전거를 대여하는 비용도 굉장히 저렴하고 Eco Bici 앱을 설치하면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대여소 위치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서 도시를 여행할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목적지가 어디든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자전거 대여소도 최대 30분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어 내가 도착할 지점 근처에 쉽게 반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자전거를 이용해 도시를 여행한 기억이 무척 신선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바로 ’ 따릉이‘ 정기권을 결제했다.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시스템이다. 일일권 이용도 가능하고 일주일, 한 달, 반년, 그리고 연간 회원권도 있다. 1시간 이용권이 1,000원이고 연간 회원권도 30,000원-40,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하다. 서울 곳곳에 대여소가 있기 때문에 대여와 반납이 손쉽고, 개인적으로는 자전거를 소유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아서 만족하며 이용하고 있다.

(좌)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신호를 통제한다. (우) 일정시간 동안 차도를 막아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좌) 차도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 있고 그 사이에 보호 블록이 설치되어 있다. (우) 멕시코 시티의 Eco Bici. 바구니가 없어 조금 불편하다.
멕시티의 랜드마크 Torre del Ángel
멕시티는 나무가 많아 그늘 아래에서 자전거 타기에 좋다.
(좌) 회사앞 무질서한 따릉이 녀석들 (우) 서울시 따릉이는 바구니가 있어서 유용하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풍경을 보며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계절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그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현대인은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고, 이동도 개인의 자동차나,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안으로 들어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시 직장인들이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사무실 안이다. 이러한 패턴이 우리 삶에서 자연을 빼앗아 간다고 말하고 있다. 또, 많은 현대인들이 덥고 습한 여름, 춥고 건조한 겨울 등 계절에 관계없이 찾는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계속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쇼핑몰들이 몇 년에 한 번씩 규모가 큰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실시한다. 최근 유행하는 팝업스토어나, 대형 쇼핑몰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도입된 이유도 동일하다. 콘텐츠는 변화하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시각적인 콘텐츠를 바꿔주는 것으로 계절의 변화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는 지금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한다. 집에서 나와 실내 주차장으로 내려가 거기 세워져 있는 자동차 실내로 들어갔다가 다시 사무실의 지하 주차장에 내려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도 비 한 방울 안 맞고 지낼 수 있다. 더운 여름에도 땀 흘리지 않을 수 있고 추운 겨울에도 코드 없이 지낼 수 있게 편리하게 만들어진 도시 속에 살고 있다. 모든 공간이 인공적으로 조절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름철에 땀 안 나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에서 지내다가 땀을 흘리려고 다시 사우나를 찾는 것이 우리다. 우리가 지금 등산을 자주 가고 골목길 상권을 찾는 이유는 이런 자연이 있는 외부 공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출처 :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지음 (p. 124)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은 몇 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더 잦은 변화를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다. 계절이 바뀌는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 중략…) 쇼핑몰에 대형 서점이나 멀티플렉스 극장이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자연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출처 :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지음 (p. 125)


나는 매일 아침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퇴근까지 하면 왕복 2시간이다. 풍경의 변화라고 한다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보이는 역 이름이 바뀌는 것 정도랄까? 그래서 역 이름은 너무나 익숙한데 정작 그 동네는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 친구들과 약속으로 우연히 그 동네를 방문하면 이름은 자주 들어본 곳인데 너무나 생소한 풍경이다. 내가 지하로 이동할 때 이렇게 생긴 동네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하철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바깥 풍경을 보고 싶어서 가끔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지하철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집까지 걸어갈 때가 있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게 되면 동네 구경, 사람 구경 그리고 나중에 방문해 봐야지하는 맛집 등 주변을 관찰해 본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뚜렷한 풍경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다는 것이 태생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껴야 하는 인간의 본성을 채워주는 것 같다.

자전거로 도시를 탐험하면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겨울은 자전거 위험해요!)
한강에서 자전거 탈때가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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