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배우다 보니 중국이 보인다.

Xingbake를 아십니까

by 아무도모르게

(중국어 배운 지 4개월 차 햇병아리의 견해임을 미리 밝힙니다.)


<중국어를 배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중국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던 나의 일상생활부터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이 뉴스에서 들려올 때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참 미웠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좋아서 중국어를 배운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중국어'는 호기심이 생겼다. 무려 (현재) 14억 인구가 쓰는 저들의 말이 새삼 궁금해졌다. 일본어는 우리와 제법 비슷한 발음도 많고, 문장의 어순도 거의 비슷한데, 어째서 같이 붙어있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언어에 성조라는 것이 있으며 이렇게도 우리와 다른 것일까. 궁금중이 생겨 중국어를 처음 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어를 배운 지 4개월 차. 아직 중국어 성조와 단어 몇 개를 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중국이라는 나라를 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와 중국이 가지는 언어구조와 사고방식의 차이를 어렴풋하게 느끼고, 중국인들이 매일 어떤 언어와 어떤 언어 방식을 갖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내가 중국어를 배우며 가장 놀라며 이질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바로 중국의 '외래어 표기법'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말에 한자를 붙이는 재능이 있다. 가히 재능이라고 칭할만하다. 정말 말 그대로 모든 말을 중국화를 시키니까.



星巴克 Xingbake



위의 중국어는 무슨 뜻일까? 중국어 Xingbake(씽바크어)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starbucks(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라는 영문이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았으나 중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뜻과 발음을 모두 충족하는 (본인들이) 만족하는 그럴듯한 한자와 발음을 표기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스타벅스를 다시 씽바크어로 외워야 하는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 외워야 할 것이 늘어난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교재가 알려주는 대로 별 거부감 없이 중국화 된 외래어를 학습했다. 우리도 많은 외래어를 우리 식대로 표현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cellphone도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 또는 핸드폰이라는 콩글리쉬를 사용한다(중국.手机(shouji). 베이징을 북경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도쿄를 동경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외국어를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한국식(정확히는 한자식)으로 바꾸어 표현하거나 콩글리쉬로 표현하고 지금도 이처럼 옛날식 표현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대체로 외국의 브랜드나 상표 음식들을 그들 고유의 언어로 부른다. 나는 그것이 사실 더 글로벌 사회에 맞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 나라의 그 언어로부터 탄생한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발음이 어렵다고 한자식으로 바꾸어 버리는 건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나의 생각이고, 각 국가마다 그들의 언어와 상황에 맞게 명칭을 바꾸고, 무어라 부르던,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어를 몇 달 더 공부하다 보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들은 혼란을 야기시키고 해당 국가에 피해를 끼쳤으면 안 됐다.



<중국어의 외래어 표기법>


다시 스타벅스로 돌아와서 星巴克의 뜻은 star(별)을 뜻하는 星xing(씽)과 bucks의 발음을 비슷하게 가져온 巴克bake(바크어)의 결합을 뜻한다.


星(씽) = star - 뜻을 표기

巴克(바크어) = bucks - 발음을 표기


여기서 星는 '별'의 의미를 표현한 '표의문자'이고, 巴克는 음을 표현한 '표음문자'이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외국어 표기를 할 때 의미만 번역하면 의역, 음만 번역하면 음역, 의미와 음 모두를 번역하면 음의역이라는 세 가지 표기방법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보통 의미와 소리를 모두 내포하는 '음의역'의 표기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스.타.벅.스 음을 그래도 표기하는 우리나라의 '음역' 방식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또 다른 예로, 苹果手机(pingguo shouji 핑구어쇼우지)는 아이폰이다. 말 그대로 苹果=사과, 手机=핸드폰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나는 아이폰을 핑구어쇼우지라 부르는 중국의 모습을 보며 불현듯 최근에 일어난 김치, 파오차이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 혹시 중국의 외래어 표기법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바로 관련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중국에서 김치는 역시 김치라는 고유의 명칭은 사용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중국이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어에는 '김'을 표기할 발음이 없어 절인 채소를 의미하는 '泡菜paocai 파오차이'라는 명칭을 썼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실제로 쓰촨성에서 유래한 절인 채소를 의미하는 진짜 파오차이가 실제로 있었고, 그 파오차이와 구별 짓기 위해 (한궈) 파오차이라고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오해가 생겼다.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던 중국인들이 파오차이는 우리 것이니까 한궈파오차이도 우리 것이다. 중국의 파오차이가 한국으로 넘어가 한국식 파오차이의 모습으로 변하였고, 때문에 한궈파오차이(김치)는 중국으로부터 나왔다. 김치의 원조는 우리다! 가 사건의 시작이었다. 실제 중국에 존재하고 있던 파오차이와 김치를 불렀던 파오차이가 동일시되는 기가 막힌 현상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이 어쨌든 중국이 우리말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그들의 언어로 바꾼 것이 가장 큰 오해의 불씨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만 김치를 발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권 국가들도 김치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그들도 김치를 킴취라고 부르고, 일본인들도 김치를 기무치라고 부른다. 네이티브처럼 발음하고 네이티브처럼 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본인의 언어로 부르기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최대한 비슷하게 불러주고 정확하게 구별 지어주는 것. 난 그것이 요즘처럼 각자의 나라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문화와 단어 속에서 갖추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우리도 배워야 하는 자세이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도 존중해주고 사용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수백수천 가지 쏟아질 외래어들을 중국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난 그것이 의문이다.


중국어를 배운 지 고작 4개월 차. 중국의 자문화 중심주의를 뼈저리 느끼며 오늘도 중국어를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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